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해를 품은 달'을 관통하는 것은 첫사랑이다. 진부할듯 하지만 결국 모두가 깊게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가?'라는 답을 구하고 있다.
훤(김수현)과 양명(정일우) 그리고 연우(한가인)의 가슴시린 첫사랑의 기억.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이들의 재회와 운명같은 인연. 지난 17회에서는 훤이 연우에게 청혼과 동시에 짙은 키스를 나눴다. 가시밭길 같던 첫사랑이 마법처럼 승화되는 순간이다.
드라마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첫사랑은 잊기 어려운 법이다. 언젠간 한번쯤 보고 싶고 기억도 생생한 첫사랑. 우리는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배경엔 두 가지 심리가 숨어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로 심리학에서 발견된 심리효과다. 일반적으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불린다. 무엇엔가 열중했던 일을 도중에 멈추게 될 때, 인간은 정신적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긴장감과 강박사고가 생긴다. 결국 이런 사고가 깊게 자리 잡아 더 오래 기억 되는 현상이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다.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중요한 장면이 완성될 순간에 광고가 등장한다. 시청자의 속이 타면 탈수록 다음 장면은 더욱 기다려진다. 역설적으로 이때, 다음 장면을 위해 마지막 장면을 더 잘 기억하게 되는 것 역시 이런 심리현상의 일부다.
'미완성 효과'는 사랑에도 작용한다. 이루어 지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긴장감과 기억이 오래 남게 되는 것이다. 해품달의 주인공들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던 첫사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현실속 우리도 종종 서툴고, 미숙함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또하나는 '기억 왜곡'이다. 우리의 기억은 녹음장치가 아니다. 목격자의 진술이 매번 바뀌는 현상처럼 기억도 편집과 왜곡을 거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을은 자신의 기억을 왜곡한다. 특히 짜릿함과 정서를 동반한 기억은 더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첫사랑의 짜릿한 기억은 더욱 더 미화되고 아름답게 포장된다. 마치 날리지 않았던 꽃가루가 날렸던 것 처럼 애틋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머무는 것이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날수록 그때의 순수함을 떠올리는 첫사랑 역시 더욱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첫사랑을 다시 만난 사람들은 늘 '기대에 못 미쳤다' '너무 변했다'고 말하곤 한다. 어쩌면 대상이 변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우리의 기억이 왜곡 된 것 일 수 있다는 말이다.
완성하지 못했던 안타까움. 아름답게 왜곡되고 포장된 기억들. 바로 이것들이 우리의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첫사랑에 대한 미완성 욕구나 기억의 왜곡 보다는 현재의 사랑에 집중하고 만족하는 것이 드라마를 벗어난 현실에서는 유익한 일이다.
그럼에도 어쩌랴. 심리현상이든 기억의 왜곡이든 적절한 첫사랑의 아련함은 인생의 순수함과 달콤함을 대변하고 있는 것을. 이론과 현실은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인간적인 것이고 드라마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는가 보다.
[Dispatch=우애리ㅣ연애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