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40대 조현병 환자가 새벽에 굴삭기를 몰고 와 건물과 차량을 잇달아 부수다 검거됐다.

부서진 슈퍼마켓[전남 화순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전남 화순경찰서는 환청에 시달리다 굴삭기로 건물과 주차 차량 2대를 부순 혐의(특수손괴)로 양모(46)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양씨는 전날 오전 1시 20분께 전남 화순군 이양면에서 슈퍼마켓 건물과 주차해 놓은 차량 2대를 굴삭기를 운전해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가 굴삭기로 슈퍼마켓 건물을 부수자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노부부가 깜짝 놀라 피신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결과 양씨는 사건 현장 주변에 열쇠가 내부에 보관된 채 주차된 A(50)씨의 굴삭기를 훔쳐 타고 운전해 슈퍼마켓 건물을 굴삭기 삽으로 부순 것으로 드러났다.

슈퍼마켓을 부순 양씨는 이후 주변에 주차된 승용 차량과 화물차량도 잇따라 부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총으로 쏴 죽이라"며 굴삭기를 조작해 저항하는 양씨를 테이저건을 쏘고 굴삭기의 엔진 부분을 열어 시동을 끈 뒤 제압했다.

15여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아온 양씨는 이날 "신으로부터 슈퍼마켓에 살인범 3명이 있다. 굴삭기로 잡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광주에 원자탄이 터져 방사능이 화순까지 퍼졌다"는 등 횡설수설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화순에 거주하는 양씨는 환청을 듣고 버스를 타고 사건 장소까지 홀로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결과 양씨가 사실상 홀로 지내는 '외톨이'였다"며 "조현병을 오랫동안 앓아 왔지만 최근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굴삭기로 부서진 건물과 차량[전남 화순경찰서 제공=연합뉴스]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