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동거남의 금품을 훔치고 전세보증금까지 빼서 달아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개월 뒤 의식을 회복한 남성은 뒤늦게 절도 사실을 알고 이 여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3일 절도 혐의로 이모(36·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3시께 동거남인 김모(38)씨가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사이 김씨의 지갑에서 현금카드를 빼내 80만원을 인출하고 집으로 돌아와 귀금속 4점, 노트북 등 43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후 집주인에게 방을 빼겠다고 말하고 전세보증금 200만원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와 8개월간 동거하던 김씨는 당일 출근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온몸과 뇌를 크게 다치는 중상으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회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이씨는 중환자실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김씨 부모에게 "내 아들과 어떤 사이인데 여기 있느냐"며 면박을 당하자 병원을 나왔다.

이씨는 그 사이 김씨의 지갑 속에 있던 현금카드를 몰래 가져와 현금지급기에서 80만원을 빼냈다.

집으로 돌아온 이씨는 금목걸이 등 190만원 상당의 귀금속과 노트북도 챙겼다.

며칠 뒤 집주인에게는 방을 빼겠다고 말하고 전세보증금 200만원도 받은 채 집을 나왔다.

하지만 뇌수술 이후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아온 김씨가 2개월여 만에 의식을 회복하면서 이씨의 범행이 들통났다.

수개월을 같이 살았던 이씨가 금품을 훔치고 전세보증금까지 빼갔다는 것을 뒤늦게 알자 심한 배신감을 느낀 김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김씨가 많이 다쳐 깨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범행 이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등 떠돌이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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