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 부모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무한대로 끌어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존감을 꺾어 비극을 만들 수도 있죠.

SBS-TV '영재발굴단'(지난 11일 방송)에서 이런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바둑을 싫어하는 바둑 영재, 6살 김민 군의 사연입니다.

민이는 4살 때부터 바둑을 스스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6살 때까지 수십 여 개 대회에서 우승했고요. 이세돌의 어린 시절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민이가 최근 들어 "바둑이 싫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민이의 일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아침일찍 엄마가 출근하면, 민이와 아빠가 일어납니다.

아빠는 바둑 한 판을 나가기 전에 꼭 두자고 하는데요. 하지만 민이는 전혀 집중하지 못합니다.

이에 아빠는 계속 화를 내고, 민이는 고개를 숙여 버립니다.

부자는 어렵사리 아침 바둑을 끝내고, 외출에 나섭니다. 민이와 아빠가 도착한 곳은 집 근처 바둑학원입니다.

알고보니 민이는 유치원을 가지 않는다는데요. 아빠가 파트타임 강사로 일하고 있는 바둑학원에서 내내 바둑을 배웁니다. 민이 아빠는 "유치원에선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빠가 바둑을 좋아하게 된 건, 자신의 성장 배경에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아빠.

하지만 바둑을 두다보니 공부가 재밌어지고, 전교 3등까지 올랐던 겁니다. 아빠는 바둑으로 인해 결혼까지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작 민이는요. 이날도 바둑을 한 판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녁 9시가 넘어 돌아온 집. 민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이제 자유시간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엄마에게 한참을 졸라 휴대폰을 받아내고, 게임을 합니다.

아빠는 "게임과 TV 때문에 민이가 바둑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이는 휴식도 잠시, 또 다시 바둑을 강제로 두게 됩니다. 아빠가 또 "한 판만 바둑을 두라"고 한 건데요.

민이는 싫다며 거부했지만, 결국 울면서 바둑을 둡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권을 선언한 민이. 

그 다음에는 복기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빠는 민이의 대국을 다시 보며 하나 하나 지적을 하고, 실제 바둑판을 들고 복기를 하자고 합니다.

민이는 끝까지 거부합니다.

민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상담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우선 민이의 언어 지능은 130. 우수에서 최우수를 넘나드는 영재성을 보였습니다.

노규식 박사는 "민이는 배우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아이"라며 "뭘 배워도 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그림 상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빠를 괴물로 묘사했습니다.

노 박사에게는 "아빠는 나의 원수일 뿐"이라며 "아빠에게 복수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죠.

노 박사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아이가 부모에게 이렇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을 처음 본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정작 민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빠라는 거죠.

아빠 역시 이 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식을 바른 길로 이끌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전문가와의 상담대로, 바둑스승이 아닌 진짜 '아빠'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민이가 좋아하는 게임도 같이 하고요.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