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우리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호주 경찰이 약 20년 전 젊은 여성 3명이 잇따라 실종된 뒤 2명은 숨진 채 발견되고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인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해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

이번 검거는 택시운전자 2천명의 DNA 샘플을 채취하는 등 3천명 이상을 수사하고, 유사 범행 전력자마저 채용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20년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수사를 벌인 뒤의 개가다.

서호주주(州) 경찰은 1996년과 1997년 사이 주도 퍼스의 부유층 거주지에서 3명의 여성이 잇따라 실종하거나 사망한 사건과 관련, 48살의 남성 브래들리 로버트 에드워즈를 붙잡아 기소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에드워즈는 검거 당시 피해자들이 실종된 곳으로부터 약 20㎞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이 사건은 1996년 6월 퍼스 교외의 클레어몬트에서 친구들과 만난 뒤 밤에 귀가하던 제인 리머(23·유아 돌보미)가 실종 2개월 후 퍼스 남쪽의 한 숲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호주 사회의 시선을 끌었다.

이 와중에 이듬해 3월 친구를 만난 뒤 야간 귀갓길에 사라진 또 다른 여성 시애라 글레넌(27·변호사) 역시 다음 달 숲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여성 세라 스파이어스(당시 18세·비서)가 사라졌으며, 이 여성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서호주주의 칼 오캘러헌 경찰청장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 남아 있지만, 이미 서호주 역사상 최대의, 그리고 가장 복잡한 수사가 진행돼왔다"라고 말했다.

오캘러헌 청장은 또 "지난 20년 동안 수백 명의 경찰이 매달려왔으며,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대규모 수사팀 투입에도 실마리를 찾지 못했지만, 미제사건으로 넘기지 않고 수사를 계속해 왔다. 이에 따라 이 수사는 호주 역사상 가장 오래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가장 많이 투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는 광범위하고 집요해 수사를 받은 인원만 3천명이 넘을 정도였다.

경찰은 첫 사망자인 리머가 사라진 날 나이트클럽에 같이 있었던 500명 이상을 심문했으며, 퍼스의 택시기사 2천명으로부터 DNA 샘플을 채취했다. 정보 제공자를 찾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내놓은 것은 물론 심지어 통찰력이 필요하다며 연쇄살인 전력자까지 채용했다.

경찰은 에드워즈에게 3명의 여성에 대한 혐의 이외에도 다른 두 명의 여성을 상대로 각각 강제로 차에 태워 성폭행하거나 자는 집에 침입해 성추행한 혐의도 추가했다.

에드워드는 23일 법원에 잠시 모습을 보였으나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cool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