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달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19t 트럭으로 공격한 용의자인 아니스 암리(24)가 23일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에서 경찰의 총에 맞에 숨졌다.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이날 오전 로마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심의 여지 없이 사살된 사람은 베를린 테러의 용의자인 아니스 암리가 맞다"고 밝혔다.

베를린 테러 용의자의 사살 소식을 접한 독일 정부는 안도감을 표명했다.

독일 내무부 대변인은 "숨진 사람이 베를린 테러 수배자임이 확실해지고 있다"며 "사망자가 진범이 맞다면 그가 더 이상 위험을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한다"고 말했다.

안사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은 테러 용의자가 이날 오전 3시께 밀라노 근처 세스토 산 지오반니에서 검문을 받던 중 경찰에게 총격을 가했고, 경찰이 응사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밀라노의 대테러 당국 관계자는 사망자의 외모와 지문을 근거로 그가 베를린 테러 용의자인 암리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암리는 이탈리아 경찰관 2명이 밀라노 외곽 세스토 산 지오반니에서 일상적인 검문의 일환으로 신분증 제시를 요청하자 갑작스레 총을 꺼낸 뒤 한 경찰관의 어깨를 쐈고, 대응 사격한 29세의 수습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독일 당국은 암리의 지문이 범행에 쓰인 19t 트럭 운전석과 문 등에서 발견됐다면서 그가 사실상 범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독일 당국은 당초 테러 직후 파키스탄계 청년을 용의자로 붙잡았으나 이튿날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줬고,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1일에야 암리를 용의자로 지목해 유럽 전역에 현상금 10만 유로를 내걸고 공개 수배했다.

튀니지 태생의 암리는 작년에 독일에 들어가 난민 신청을 하기 전 이탈리아에 수 년 간 머물렀다.

그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사태 직후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들어왔고, 시칠리아 섬 난민등록센터에 불을 지른 혐의로 4년간 현지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2015년 석방돼 튀니지로 송환 명령을 받았으나, 튀니지 당국이 송환을 머뭇거리는 사이 독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탈리아 대테러 경찰은 암리가 알프스산 기슭에 위치한 프랑스 샹베리에서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로 이동한 뒤 토리노에서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사건 초기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 초동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낸 베를린 경찰 당국은 암리가 아직 독일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22일에도 그가 테러 전 목격된 것으로 알려진 베를린 시내 모스크를 집중 수색하는 등 독일 내에서 그의 행방을 쫓았지만 다시 한번 허를 찔린 셈이 됐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