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장비 들고 관저 들어간 사람있어"…대통령 약물주사 의혹 난타전

"세월호 당일 靑 CCTV 이미 삭제"…"고영태 악어가방 홍보, 崔 뇌물이냐"

한광옥 답변 두고도 野 반발, 여야 신경전…의무실장 증언 들으려 질의 연장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현혜란 기자 =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5일 청와대 기관보고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이나 청와대의 약품관리 등을 두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위원들은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사진을 준비하거나 청와대에 반입된 것으로 알려진 일명 '태반주사'를 보여주면서 대통령이 참사 당시 이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청와대 측은 "근거없는 추측성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청와대에 누군가가 의료장비를 들고 들어갔다는 주장이나,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CCTV 영상이 삭제됐다는 등 의혹도 터져나왔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야당 의원들은 한광옥 비서실장의 답변태도를 문제삼아 공격하기도 하고, 여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며 여야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 "대통령, 참사 때 어디있었나"…의약품·의료장비 반입에 관심 집중 = 이날 여야 위원들의 질의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집중됐다.

의원들은 가슴에 '밝혀라 7시간'이라는 배지를 달고서 질의에 임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대통령이 이 때에 약물 주사를 맞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나아가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아예 시중에서 구한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등을 국정조사장에 들고와 보여줬다.

안 의원은 "2년동안 감초주사를 100개 구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비서실장은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추측성 주장인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이영석 대통령경호실 차장을 향해 "(공식회의가 아닌 곳에서) 의료장비를 들고 (관저로) 들어간 익명의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발언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차장은 "2급 비밀이어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말하는 것은 공무누설"이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차장이 '보안손님' 기재와 관련해 저에게 보여준 서류 가운데 한 장에 '의료장비 지참해 들어가심'이라고 돼 있지 않느냐"며 "보안손님이 의료 가방들고 들어가서 얼마든지 시술이 가능했고, 그래서 세월호 당일 대통령이 비정상적 정신상태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선우 의무실장을 향해서도 "김상만·김영재 의사 같은 분들이 보안손님 형태로 부속실에 들어가 대통령을 진료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이 실장은 "가정으로 답변드리기는 어렵다. 제가 아는 바로는 없다"고 답했다.

논쟁이 이어지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금 세월호 7시간을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한다. 청와대에서 간접적으로 (의료장비 반입을) 시인한 것인만큼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의약품 관리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대통령이 취임 직후 1천100정의 향정신성 약품을 구입했는데, 의무실 대장관리 장부를 보니까 지출된 약품은 143개밖에 없고 나머지 기록이 없다. 683정의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이 행방불명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라고 추궁했다.

위원들은 대통령이 태반주사를 맞았느냐를 두고는 이 의무실장에게 더 많은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애초 예정된 것보다 질의 시간을 연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 청와대 '보안손님' 출입관리 '도마' = 청와대의 출입인원 관리나 의약품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사적으로 출입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관리를 하느냐"고 하자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그것은 보안사항이라서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황 의원은 이에 "10·26 사태 역시 사적인 출입자가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이 단초가 됐다. 사적인 만남에 대해서는 관리가 안된다는 것인가"라고 하자 "'보안손님'에 대해서는 보고를 못받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CCTV가 남아있나"라고 물었고, 이 경호실 차장은 "보존기간이 지나 보존이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보존기간이 지나기 전에 삭제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이 차장은 "CCTV 보존기간이 내규도 정해저 있기 때문에 그 기간에 의해 삭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 최순실 의혹 '포화'…"악어가방 PPL" "사비 의류구입, 뇌물이냐" =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질타도 여전히 계속됐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대통령이 PPL(간접광고)을 한다. G20 정상회담에서 고영태 씨가 만든 가방을 들고가는데, 1천500만원~2천만원 짜리 악어가방이다"라며 "기본적 의전을 모를 리도 없는데 독일 메르켈 총리와 악수를 하는데도 끝까지 가방을 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같은 고가의 가방 구입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추궁했다.

황 의원은 이관직 총무비서관에게 "가방을 어떻게 구입했나"라고 물었고, 이 총무비서관은 "옷이나 가방에 예산을 집행한 적은 없다. 사적인 돈으로 지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비선을 통해 구입된건가. 대통령이 옷을 구입하는데 예산이 없다면 최순실이 사줬거나, 특수활동비를 최씨에게 줘서 최씨가 특수활동비를 쓴 것 둘 중 하나"라면서 "특수활동비를 그냥 줬다면 예산을 잘못 집행한 것이고, 고액의 옷을 그냥 받았다면 뇌물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한정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에 방문한 동영상을 틀면서 "박사모 상인들이 대통령 힘내라고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환영하고 박수를 친다"며 "어떻게 비밀 일정이 흘러나갔나"라고 질타했다.

◇ 증인들 답변태도 두고 논란…여야 '신경전' = 이날 국조위 회의장에서는 한 비서실장을 비롯한 증인들의 답변 태도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우선 야당 의원들은 한 비서실장이 제대로 준비를 해오지 못했다는 질타를 쏟아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한 실장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 체계를 묻자 한 실장은 "이 문제는 경제수석이 잘 알고 있으니 대신 답변하겠다"고 마이크를 넘겼다. 그러자 국조위원석에서는 "파악도 안하고 왔느냐"는 야유가 나왔다.

손혜원 의원은 저녁 질의에서 '세월호 7시간' 문제를 묻고서 한 실장이 답변을 하려고 하자 "아침부터 (같은 얘기를) 들었다. 아무 얘기 안나올 것을 알고 있다"며 답변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증인에게 답변시간을 줘야 하지 않냐. 위원장 권한으로 답변시간을 줘라"라고 맞서며 여야간에는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후배 정치인에게 욕을 정말 봐야 하겠냐. 무슨 태도냐"라고 다그쳤다.

논란이 거세지자 한 실장은 "제 표현이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 유감이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실 때 옷로비 사건이 나서 비서실장으로 왔다. 이번에는 최순실이란 여자 사건으로 비서실장으로 왔다"며 "역대 대통령이 말년에 꼭 불행하게 되는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말했다.

이영석 경호실 차장이 "최순실이 누군지는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한 말이나, 이관직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의복 구입비용에 대해 "개인 돈으로 살 수 있지 않나. 대통령도 월급을 받으니 저도 잘 모른다. 제가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답한 것도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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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근혜 대통령,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