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매출 기대했는데"…대목 앞둔 화재에 망연자실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아이고 기가 막힌다 진짜."

큰불이 난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입구에서 50대 아내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자 옆에 있던 남편은 말없이 같이 울었다.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상인 최모(72) 씨는 "2005년 2지구에서 불이 난 뒤 4지구로 이사를 왔는데 또 불이 났다"며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저 웃기만 했다.

30일 오전 2시 8분께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불이 났다.

대구소방본부는 1지구와 4지구 사이 점포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벽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장에 나온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굴렸다.

4지구 2층에서 한복점을 운영하는 최금연(69·여)씨는 이웃 가게 상인 배정자(72·여) 씨에게 "보험을 왜 안 넣어뒀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최 씨는 배 씨에게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줄 모르고, 서문시장은 항상 불이 나는데 보험을 왜 안 넣어뒀느냐"며 배 씨의 손을 꼭 잡았다.

망연자실한 배 씨는 "한복 다 탔네"라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떨궜다.

배 씨는 이달 초 연말 매출에 대비해 겨울용 한복 4천만원 어치를 새로 들였다.

황금녀(54)씨는 "사위가 등산복을 파는데 어제 6천만원 어치 물건을 새로 가져다 놨다"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여기저기 묻고 다녔다.

서문시장 관계자들은 다른 상인 대부분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잦은 화재에 서문시장 상인들은 보험료가 올라 가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서문시장 사무실 관계자는 "점포 명단, 임대, 보험 여부 등을 기록한 서류가 다 건물 안에 있어서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매캐한 연기가 퍼진 1지구에서 커튼가게를 하는 손도현(70)씨는 "멀리서 보니 불길이 내 가게로 퍼지진 않은 거 같다"며 "그래도 커튼이 연기를 다 먹어서…"하며 고개를 떨궜다.

상인들은 헬기가 하늘에서 물을 뿌릴 때마다 혹시나 하며 연기가 올라오는 쪽을 바라봤다.

그러나 천장 비 가림막에 막혀 헬기가 뿌린 물이 연기가 나는 곳에 미처 떨어지지 않자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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