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가해자는 '친구 할아버지'…부모 "끝까지 가해자 책임 물을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성범죄 피해자인 9세 소녀가 재판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심장마비로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터키에서 발생했다.

터키 서부 이즈미르주(州) 보르노바 구역에서 아동 성범죄 피해자인 9세 소녀가 재판을 이틀 앞둔 21일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터키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소녀는 재판이 가까워지자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였으며 결국 재판 이틀 전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소녀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피해 소녀는 올해 7월 29일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친구 할아버지(56) C의 먹잇감이 됐다.

소녀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은 부모는 C를 고소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C는 일단 구속됐다 풀려난 후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는 사건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등교를 중단하고 집에 머물렀다. 혼자 있지를 못했고, 소변을 가리지 못해 옷을 적시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사건은 소녀의 가정이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돼 벌어졌는데, 이웃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피해 소녀를 보호하고 감싸기는커녕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는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법정에 나가 사건의 상황을 진술해야 하는 재판일이 다가오자 소녀의 불안과 공포는 커져만 갔다.

결국 재판을 이틀 앞둔 날 극도의 불안을 견디지 못한 소녀의 어린 심장은 계속 뛰기를 거부했다.

딸이 세상을 떠났지만 부모는 끝까지 가해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셜네트워크에는 이번 사건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글이 소녀의 사진과 함께 확산하고 있다.

소녀의 변호사 아이셰 에스라 위늘뤼 폴라트는 "소녀의 가족은 끔찍한 상황을 겪고 있는 반면 피의자는 재판을 앞두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서 "피의자가 재판 전에 도주해도 알 수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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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정 진술을 이틀 앞두고 이달 21일 심장마비로 숨진 성범죄 피해 9세 터키소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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