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6)의 취재 현장은 늘 많은 취재진으로 북적인다. 그가 선수로 뛸 때 경기장은 물론 공항과 각종 행사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시끌벅적한 현장에서 그의 목소리를 자세히 듣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컸다. 2016년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1층은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때, 2012년 7월 초 태릉선수촌에서 은퇴 대신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때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 열기였다.
김연아는 2016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스포츠 영웅으로 뽑혔다. 역대 최연소로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그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로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선 실세 중심인 최순실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나는 김연아를 참 안 좋아한다"는 말이 공개되면서부터 김연아가 많은 이들의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이 됐다.
김연아는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김연아가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가 요청한 몇몇 행사도 참석을 거절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의혹이 커졌다.
명예로운 자리인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 입성 행사에서 김연아는 수많은 의혹에 해명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행사를 마친 김연아는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늘품체조 시연회 참여 문제에 질문을 받은 김연아는 "저는 그런 행사(늘품체조 시연회)가 무엇인지도 몰랐다"라며 입을 열었다. 전혀 몰랐던 행사가 갑자기 크게 터진 점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표정도 읽을 수 있었다. 이어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김연아가 자리를 떠난 뒤 기자회견장 빈자리를 대신한 이는 소속사(올댓스포츠) 대표인 구동회 사장이었다. 구 대표는 "늘품체조 행사 참여 제안은 구두로 두어 번 받았다. 그런데 그때 평창 동계 올림픽 행사 등 일정이 빡빡해 참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이 행사에 대통령, 또는 고위 관리가 참석할 수도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늘품체조 시연회에 VIP가 나올지 모른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러나 김연아에게 맞지 않은 행사라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늘품체조와 김연아의 이미지는 맞지 않는다. 이 행사에는 기계체조 선수인 양학선(24, 한체대)과 리듬체조 선수인 손연재(22, 연세대)가 참여했다. 이들은 대한체조협회의 요청이 있었기에 불참하기 어려웠다. 동계 종목에서 활약한 김연아는 평창 동계 올림픽 행사 참여가 우선이었다. 구 대표도 "김연아는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 대사기에 올림픽과 관련된 행사 참여가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김종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말한 내용을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밝혔다. 김연아가 늘품체조 행사를 몰랐던 이유는 이 행사 내용이 그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행사 참석 요청이 매우 많이 들어온다. 늘품체조 내용은 김연아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뛰지 않지만 그의 영향력은 크다. 그는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우승하며 동계 스포츠에 큰 업적을 남겼다. 한국에 있는 그 누구도 김연아만큼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 대사로 어울리는 이는 없다. 한때 김연아가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선수로 다시 나온다는 소문이 돌 만큼 여전히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늘품체조 행사 참여는 김연아에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스포츠 스타는 박태환(27)이다. 박태환과 김연아의 차이점은 현역 선수와 은퇴한 선수라는 점이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박태환은 분명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다. 반면 김연아는 미운털이 박혀도 선수로 뛰지 않기에 불이익을 받은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 일이 터지며 김연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잡으려고 하는 손을 뿌리쳤다는 동영상도 화제가 됐다. 김연아는 이 점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난 얘기인데 원래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그 자리가 제 자리가 아니었다. 또한 생방송이었기에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며 "제가 아무리 버릇이 없다고 해도 대통령의 손을 회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미운털 논란에 대해 구 대표는 "솔직히 그렇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꺼냈다. 구 대표는 "만약 미운털이 박혔다면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토론회 참석 요청 때문일 거 같다. 이 요청을 받았지만 응하지 못했는데 이게 원인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는 스포츠 스타들은 정치인들의 눈길도 사로잡는다. 이런 일은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스포츠 스타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 선거에 나서기도 한다. 또한 이번 일처럼 스포츠 스타를 초청해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는 의도도 있다.
이번 일로 드러난 사실은 김연아가 그동안 정부로부터 짝사랑을 받았다는 점이다. 몇 차례 정치적인 행사 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김연아 측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에 응하지 못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일정이 우선인 그에게 정치적인 행사 참여는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김연아는 김종 차관의 발언에 대해 "뉴스를 보고 알게 됐고 불이익을 당했는지는 제가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얘기가 사실인 것처럼 얘기되는 점이 걱정스럽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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