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젊은 쥐의 피를 노인 쥐가 대량 수혈받는다고 노화가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근육세포 재생에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의약전문매체 스태트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 Berkeley) 마이클 컨보이 교수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최근 게재했다.

컨보이 교수팀은 지난 2005년 젊은 쥐와 늙은 쥐의 몸을 외과수술을 통해 하나로 봉합하는 이른바 '개체결합 수술'을 한 결과 수주~수개월 뒤 늙은 쥐의 근육세포와 뇌세포의 재생력이 상당히 회복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실험으론 이런 효과가 혈액교환 외의 다른 요인들 덕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두 쥐의 몸이 하나로 합쳐져 피뿐 아니라 모든 장기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엔 젊은 쥐와 늙은 쥐를 봉합하지 않은 채 각각의 혈액의 5~8%에 해당하는 150㎕(마이크로리터)씩 30초 간격으로 15번 교환하는 식으로 전체 혈액의 절반을 바꾸었다.

그러면서 간세포 성장이나 간 지방 과다 및 섬유증, 학습과 기억 관장 부위 뇌세포 발달, 근육 강도와 근육조직 회복력, 신장·폐·심장 등 신체 곳곳의 노화 관련 생체지표 변화를 측정했다.

효과는 수혈 24시간 만에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전반적으로는 늙은 쥐의 건강상태 등 개선 효과는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미미했다. 예컨대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뇌 특정 부위 신경세포(뉴런) 재생력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다만 수혈 후 5일이 지나면서 나이가 든 쥐의 손상된 전경골근(정강이뼈 앞에 있는 근육)이 실제로 회복됐다.

'낡은 피'를 수혈받은 젊은 쥐의 건강은 급격히 크게 악화했다. 특히 수혈받지 않은 젊은 쥐에 비해 뇌세포 발달이 2배 이상 하락했다.

연구팀은 2005년과 이번 실험은 모두 "노화과정은 되돌릴 수 없는 불변의 일이 아니라 어느 정도 변화가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늙은 동물의 피 속에는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뇌세포 등의 건강과 성장을 저해하며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으로는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늙은 쥐에게 나타나는 일부 효과는 피가 희석돼 늙은 피 속 저해요인이 희석된 덕으로 추정된다면서 피 속의 미량 단백질이나 다른 장기들의 역할 등 요소들을 정확히 규명해내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러나 언론이 젊은 피 수혈의 회춘 효과에 주목해 보도하고 사람들이 마치 '뱀파이어 전설'처럼 젊은 피가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05년 자신들의 연구결과 발표 이후 많은 과학자와 벤처기업들이 젊은 피를 마치 의약품으로 여겨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인간의 혈액 교환은 극히 일부의 악성 자가면역질환 증상 완화뿐이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피나 혈장 등 성분을 대량 및 반복적으로 수혈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으로 장기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들을 일으킬 수 있어 이를 감수하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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