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분유를 충분히 주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린 생후 66일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신상렬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A(25)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딸의 사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아내가 '딸을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했을 때 믿었고 딸이 바닥에 떨어져 충격을 받은 이후에도 분유를 잘 먹었다"고 덧붙였다.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그의 아내 B(21)씨의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지난달 9일 오전 11시 39분께 인천시 남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올해 8월 태어난 생후 2개월 된 딸 C양이 영양실조와 감기를 앓는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딸이 사망한 당일 오전 7시 40분께 분유를 먹이려고 젖병을 입에 물렸으나 숨을 헐떡이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도 4시간 가까이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C양은 정상 체중인 3.06㎏으로 태어났으나 9월 한 차례 바닥으로 떨어진 이후 분유를 잘 먹지 못했고 심한 영양실조에 걸렸다.

생후 66일 만에 숨질 당시 C양의 몸무게는 1.98㎏에 불과해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다. 보통 생후 2개월 된 영아의 평균 몸무게는 5∼6㎏이다.

앞서 경찰은 "실수로 C양을 떨어뜨렸고 분유를 먹이려 했으나 감기에 걸린 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B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들 부부에게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추가 조사에서 "딸이 죽게끔 일부러 (분유를 주지 않고) 방치했다"는 부부의 진술을 받아냈다.

또 B씨는 검찰의 통합심리 검사에서 "분유를 타는 데 딸이 계속 울었다"며 "딸을 양손으로 들었다가 일부러 바닥에 던졌다"고 자백했다.

B씨는 원하지 않았는데 갖게 된 딸을 남편의 설득 끝에 낳은 뒤 보육원에 보내려고 하는 등 전혀 애정을 갖지 않았으며 바닥에 던진 이후부터는 분유를 한 번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2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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