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일정·장소 검찰과 협의…'16일까지' 檢 요구에 조사시기 조율

서면조사 바라지만 여론 의식해 결국 대면조사 수용할 듯

최재경 민정수석 등 靑 법률참모들과 방어논리 다듬기 착수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대통령이 '원조친박'(친박근혜) 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수사 대비모드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이 15일 변호인으로 선임한 유영하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검사 출신인 동시에 박 대통령과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은 측근 인사여서 이르면 금주 중 이뤄질 검찰 조사를 준비하는 데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연수원 수료 후 창원지검, 청주지검, 인천지검, 서울지검 북부지청 등에서 7년 동안 검사로서 실무를 경험했고, 이후에는 17∼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치권에 발을 걸쳐왔다.

특히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지내고 2010년에도 법률특보를 역임한 바 있어 박 대통령이 믿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법조인이기도 하다.

검사 경력이 길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최고의 '특수통'으로 불리는 최재경 민정수석이 지휘하는 청와대 법률 참모라인이 전체적인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본다면 검찰 조사에 입회해 박 대통령을 다독이면서 현장 상황을 관리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맞서 네거티브 대응 핵심역할을 담당해 '호위무사'로 불릴 만큼 박 대통령 개인사에도 밝고, 최순실씨 의혹에 대한 방어논리를 갖추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지지율이 5%(한국갤럽 기준)로 떨어지고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100만명이 운집할 정도로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이 나쁘다는 점에서 유 변호사만큼 '충성심'을 갖고 활약할 법률대리인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도 보인다.

당장 유 변호사는 '늦어도 16일에는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찰과 협의해 구체적인 조사 일정과 장소, 방식을 협의하는 등 공식적인 변호인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유 변호사는 이제 막 변호인으로 선임돼 사건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고 박 대통령 본인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어 조사 날짜를 늦추는 방안을 협의할 전망이다.

검찰의 스케줄대로 조사에 응했다가는 내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전직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서 추가로 밝혀지는 내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또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내주 이후에 조사하자고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조사 방식의 조율도 변호인에게 주어진 중요 과제다.

청와대는 대통령 국정 수행에 지장을 덜 초래할 수 있도록 가급적 서면조사를 바라는 분위기이지만,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하고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 변호사와 청와대도 성난 민심을 의식해 결국 대면조사를 수용하는 쪽으로 물러설 전망이지만, 조사 장소와 관련해서는 현직 대통령의 검찰청사 출석만큼은 최대한 피하려고 할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 대통령 경호문제를 고려해 청와대 안가(안전가옥)나 연무관 등에서 조사하는 방안을 검찰과 협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실상 청와대 관련 건물에 검찰이 방문 조사하는 모양새여서 청와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제3의 장소'를 물색할 수도 있다.

동시에 유 변호사는 최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 상의해 박 대통령에 대한 방어논리를 다듬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이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만, 향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한 박 대통령의 지시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의 일환으로 위법행위가 아니며, 그 과정에서 벌어진 최 씨 등의 측근 비리는 알지 못했다고 변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에 대한 재단 강제모금 의혹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재단이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업무지시를 내린 것이지, 위법행위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강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최 씨에 대한 연설문 등 사전유출 의혹은 박 대통령 본인이 상당 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한 만큼,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면서 민감한 국가기밀이 없었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까지는 아니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검찰 조사를 마치면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 수사에도 현 체제로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 추천 특검이 수사를 지휘하는 데다 최 씨의 국정농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세월호 7시간' 논란까지 특검 대상에 포함되면서 더욱 강도높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준비에 만전을 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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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근혜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