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동상 도둑맞자 네티즌·의원·외교관 분노…도둑 슬그머니 제자리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터키 이스탄불에서 천하 태평한 자세로 인기를 끌었던 고양이가 사후에 동상으로 재탄생했으나 하룻밤 새 사라져 거센 분노를 일으켰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고양이 '톰빌리'는 삶을 관조하는 듯한 표정과 자세로 길가에 걸터앉은 모습이 포착돼 이스탄불의 명물이 됐다.

지난 8월 톰빌리가 세상을 떠나자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그가 지내던 이스탄불 카디쿄이 지역에 기념물을 만들자는 청원서가 올랐고 이에 1만7천명 넘게 서명했다.

마침내 지역 당국은 지난달 성원 속에 생전 모습 그대로의 작은 동상을 공개했고 많은 주민과 관광객이 이를 보며 상실감을 달랬다. 동상 앞에 고양이 사료와 음료 한잔을 가져다 놓은 모습도 목격됐다.

 

그 톰빌리 동상이 지난 7일 사라지자 슬픔을 넘어선 분노가 일었다.

지역 의회는 트위터에 동상을 도둑맞았음을 확인하는 글을 올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체 우리가 무슨 나라에 살고 있는 거냐"며 격노하는 글이 잇따랐다.

툰카이 외즈칸 국회의원도 트위터에 "그들이 톰빌리 상을 훔쳐갔다. 아름다운 모든 것에 대한 적이다. 그들이 아는 것은 증오와 눈물, 전쟁뿐이다. 우린 이런 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며 극심한 분노를 표시했다.

외교가까지 들썩였다. 앙카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트위터에 "러시아인들도 이 상황에 마음이 편치 않다"며 톰빌리 동상의 운명을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엄청난 반응에 겁먹은 것인지 도둑은 슬그머니 톰빌리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조각가 세발 샤힌은 10일 "그가 돌아왔다"며 동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으로 해피엔딩을 맞은 데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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