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도시 심장부에 점포를 내는 것을 막은 이탈리아 피렌치 시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일 이탈리아 영문 뉴스 사이트 더 로컬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최근 두오모광장에 점포 개점을 불허한 피렌체 시를 상대로 2천만 달러(약 233억원)의 소송을 냈다. 피렌체 대성당을 품고 있는 두오모광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맥도날드는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이 당초 입장을 번복해 두오모광장에 점포를 내지 못하게 하자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을 뿐 아니라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맥도날드의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피렌체 시민들은 다국적 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부터 역사적인 문화 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며 피렌체 시의 법정 다툼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약 2만4천 명이 서명한 탄원서는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내질 예정이다.

탄원서 작성을 주도한 프랑스 시민 얀 웹은 "유럽 시민으로서 피렌체 시와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의 용기 있는 결정을 지지한다"며 "거대 다국적 기업이 전통 요리와 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지방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맥도날드는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우리 역시 맥도날드를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피렌체의 전통사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맥도날드가 두오모광장에 점포를 내는 것을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 점포 3개가 성업 중인 피렌체시는 최근 들어 패스트푸드 점포들이 범람해 전통 식문화가 위협받자 지난 3월 새로 문을 여는 식당들은 최소 70%의 식재료를 지역에서 난 재료로 충당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먹거리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편, 30년 전 로마의 명소인 스페인 계단 인근에 점포를 내며 이탈리아에 처음 진출한 맥도날드는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왔다.

스페인 계단 인근에 1호점을 낼 때에는 패션 업체 발렌티노로부터 음식 냄새와 소음 때문에 항의를 받기도 했고, 패스트푸드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을 일으키며 이탈리아에서 슬로푸드 운동이 싹트는 촉매로 작용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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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맥도날드 마스코트 로널드, 이탈리아 피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