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잘 살 것이다. 성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 것이다."
한 대학교에서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이하 여학생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피해 학생 A씨가 쓴 "잘 살 것이다"라는 글인데요.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4년 10월 21일, 정기 고연전(고려대-연세대)이 열렸을 때인데요.
A씨는 뒤풀이 후 같은 과 동기인 B씨(24)씨와 택시를 탔습니다. B씨가 만취한 A씨의 가슴과 음부 등을 강제로 만졌는데요.
B씨의 범행은 대담했습니다. 택시를 한 모텔 앞에 세운 후, A씨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욕설과 함께 중요부위를 A씨의 몸에 비비는 등 성추행을 계속 했습니다.
1심 법원인 서울북부지법은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초범인 데다 어린 대학생이며, 지도 교수와 선배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B씨는 항소했고, 지난 1월 2심에서 벌금 700만 원으로 감형됐습니다. B씨가 의무경찰 복무신청을 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B씨는 8개월 만인 올해 9월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재판 당시 밝힌 것과 달리 입대하지 않았는데요. A씨에 따르면 B씨는 군면제라고 합니다.
학교 측의 처벌도 미미했습니다. 지난해 3월 고려대 학생상벌위원회는 B씨에 대해 두 학기 정학(지난해 2학기까지 정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결국 A씨는 해당 사건을 알렸습니다. 여학생위원회 측은 "B씨는 자숙의 기간을 가지라는 양성평등센터의 지시를 어기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교내를 돌아다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B씨 때문에) A씨의 학교생활은 자유롭지 못했다. B씨의 징계와 관련해 A씨에게 주어진 재심의 요청 기간은 단 열흘뿐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와 여학생위원회는 학교 측에 "B씨에 대한 재심의를 진행해 퇴학 처분하고 재심의 규정을 고쳐달라"고 촉구했는데요.
고려대 측은 징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한 재심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편 여학생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학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접수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출처=고려대 여학생위원회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