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으로 아주 유명한 회사가 캔커피를 만들었다면 그 커피는 어떤 맛일까? 짙은 색의 커피가 간장처럼 보이고 왠지 모르게 짠맛이 느껴지지 않을까? 물론 회사가 커피에다 일부러 간장을 탔을 리는 없겠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유명 간장회사가 캔커피를 만들었으나 시장에서 외면 받고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이처럼 사람의 생각은 뇌에서 처음 받은 자극에 의해 연결된 신경 네트워크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처음 자극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어떤 사건을 대할 때 첫 자극에 해당하는 사건 명칭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명칭을 쓰느냐에 따라 사건의 본질이 바뀌기도 한다.

예컨대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을 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른다면 사람들은 다음처럼 생각하기 쉽다. 이번 사건은 사이비 종교에 오염된 최순실 개인이 대통령의 뜻과는 상관없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활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고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라고 해석하기 쉽다.

이 때 대통령은 최순실의 농간에 넘어간 피해자처럼 인식되게 된다.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 도와달라”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번 사건을 최순실 게이트로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반면 박근혜 게이트로 접근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준 사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비리를 경계하고 척결해야 할 최고 책임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면 이처럼 중한 과오는 없다. 만약 이순간 대통령이 외롭고 슬픈 상태에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서유출 사건 하나만 보더라도 대통령은 국가기밀 유출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석수 감찰관은 사임을 했고, 박관천 경정은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을 하였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 본인이 문서유출을 했다면 이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미르 재단, K 스포츠에 대한 모금도 문화융성을 위한 대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였음을 대통령이 직접 강조했지만 강압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이 균형감을 잃고 국민보다는 최순실을 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농단 사건의 명칭을 어떻게 부르는가가 매우 주요해졌다. 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른다면 대통령은 인적 쇄신을 통해 남은 임기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대통령은 피해지니까.

반면 박근혜 게이트로 부른다면 대통령 본인이 가장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 본인의 거취가 표명되기 전에는 어떤 결정도 의미가 없어진다. 지도자가 문제인데 그 밑의 인적 쇄신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정리하겠다. 특정 사건에 대해 어떤 명칭을 붙이느냐에 따라 사건의 본질파악이나 이해가 달라진다. 최근 정치판에서는 이를 프레임이란 용어로 지나치게 자기에게 유리한 명칭을 붙여서 본질을 왜곡하는 일들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앞으로는 명칭을 붙이는 사람도 그 명칭을 접하는 사람도 어떤 왜곡이 없는지를 신중히 살피면서 거짓 선동자들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나 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 제도에 불만을 가진 일부의 사람들이 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언론 등에서. 이 법안 때문에 한우 농가나 고급식당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스승에 대한 감사표시마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치 빈데 집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워버리는 식의 무리한 법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런데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이다. 이 법안으로 인해 힘들어진 업종이나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청탁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언론은 법의 취지 즉 이 법안으로 부정청탁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어야 한다, 경제적 타격도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 청탁을 안 해서 생긴 돈으로 인해 가족과의 외출 등 행복지수를 높이는 소비가 촉진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실제로 추석선물만 하더라도 고가업체는 타격을 받았지만 저가 업체는 호황을 누렸다. 지금 이 법안을 비판한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래서 우리는 법안의 취지를 김영란이란 개인의 무리수로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는 ‘김영란법’ 대신에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란 정식 명칭으로 불러야만 한다.

<글=윈윈 디자이너 정성희(shchung1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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