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위치정보 조사·사진 등 증거 제공 흥신소 부작용 심각

(부산=연합뉴스) 사건팀 = 흥신소(興信所)는 의뢰인에게서 돈을 받고 사생활, 신용, 재산상태 등 다른 사람의 은밀한 개인정보를 조사해주는 일을 하는 사설사무소를 말한다.

심부름센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주로 돈을 받고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사람의 의뢰를 받아 상대방의 불륜 증거를 사진이나 영상으로찍어 넘기는 일을 한다.

불륜을 저지르는 것으로 의심되는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달아 불법으로 실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부산 동래경찰서에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모(62)씨는 흥신소 운영업자다.

김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의뢰인 24명에게서 4천여만원을 받고 불륜 의심 배우자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불법으로 부착, 위치정보를 의뢰인에게 알려주고 불륜의 증거가 될만한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부름센터', '흥신소'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한 흥신소를 찾았다.

10여㎡ 남짓한 공간에는 컴퓨터가 놓인 책상과 소파가 있었고, 다른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내 불륜이 의심된다"고 말하자, 소장이라는 50대 남성이 마음의 결정부터 하라고 했다.

이혼할 건지, 그냥 경고만 할 건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비용을 묻자 "일주일 일 하는데 현금 300만원"이라고 했다.

일주일 안에 해결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사모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우리 직원 차량 두 대가 붙는다"며 "일주일 추적해도 안 나오면 불륜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이어 아내가 일하는지, 차는 있는지, 출퇴근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최근 달라진 생활습관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사건 의뢰 여부가 망설여진다고 하자 소장은 "의심이 들면 무조건 빨리 의뢰하는 게 좋다"고 했다.

"상대 불륜남과 부인을 영영 못 만나게 해 줄 수도 있고, 상대방이 공무원 같은 멀쩡한 사람이면 회사를 그만두게 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뢰인이 많으냐고 묻자 소장은 값비싼 아파트 명칭과 교수, 의사라고 적힌 쪽지 등을 보여줬다.

소장은 "여성이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의뢰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간판이나 사무실 없이 영업하는 불법 흥신소에 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불법 흥신소는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2차 범죄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장기성 부산 동래경찰서 지능팀장은 "흥신소 직원들이 불륜을 들킨 사람에게 사진을 들이밀며 협박해 돈을 뜯어낼 수도 있고, 의뢰인이 낸 돈의 몇 배를 요구해 뜯어내고 불륜 증거를 덮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흥신소의 불법 영업은 심각한 피해를 낳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기 어려워 경찰단속은 어려운 형편이다.

흥신소 영업은 허가받을 필요가 없이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기 때문에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의 관리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년 전 흥신소를 그만뒀다는 이모(45)씨는 "불법행위를 해야 할 때가 많아 흥신소 간판을 달고 한 곳에서 오래 영업하기가 어렵고 사무실도 없이 이곳저곳 오가며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몇년간 일했지만, 단속이나 점검을 당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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