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하고서 법정서 말바꿔…검찰, 위증 혐의 수사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여자친구를 마구 때리고 흉기로 위협까지 한 30대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자친구는 피해자임에도 남자친구가 감옥에 갈까 봐 법원에서 거짓 증언을 했으나 이를 막지 못했고,자신까지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광진구에 사는 김모(30)씨는 올해 5월 31일 새벽 4시께 귀가하다 전날 이별한 여자친구 이모(33)씨가 집 앞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씨가 김씨에게 "어디 갔다가 이제 들어오느냐. 나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 편하게 만나느냐"고 따져 묻자, 김씨는 이씨를 집으로 끌고가 마구 때렸다.
이씨가 코피를 흘리자 김씨는 "우리 자기, 코피 나네. 피 닦아야겠다"고 말하더니, 싱크대에서 흉기를 꺼내 "내가 이걸로 어떻게 할 것 같으냐"며 이씨 얼굴과 가슴을 찌를 듯이 위협했다.
다시 김씨의 폭행이 시작되자 이씨는 맨발로 달아났다. 이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3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씨는 그날 언니와 함께 광진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끔찍했던 폭행 순간을 자세하게 진술했다. 김씨는 같은 날 경찰에 체포됐다.
김씨가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을 받자 이씨는 피해자로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런데 이씨는 "한 대 맞았을 뿐 흉기로 위협당한 적 없다. 진정된 후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며 돌연 말을 바꿨다.
이는 두 사람이 다시 화해해 결혼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성범죄 전력으로 집행유예 기간이던 김씨가 자신을 폭행해 유죄를 선고받아 감옥에 갈까 봐 두려웠던 이씨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이흥주 판사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사건 당일 이씨가 도망친 정황, 두 사람이 경찰서에서 한 진술 내용 등을 봤을 때 이씨의 법정 진술은 위증으로 판단된다"면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고 동거하던 사이였으므로 이씨가 위증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서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자숙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흉기로 위협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피해자가 선처를 간곡히 탄원하는 점, 이전에는 피해자를 폭행한 적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씨를 위증 혐의로 수사할지 검토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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