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진흥법에 전담여행사 제도, 처벌 조항 신설해야
관광업계는 송객수수료 상한선도 법제화 요구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의 중국인 관광시장은 난장판이다. 전담여행사는 물론 비지정 여행사들이 초저가 상품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고, 쇼핑을 강요하고, 음성적인 수수료를 받고 있다.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중국에 있는 여행사에 마케팅비 명목의 소위 '인두세'를 10만원 이상 건넨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 관광객에게 쇼핑을 강요하고, 판매점에서는 송객수수료를 최고 70%까지 요구한다.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이나 기업형 사후면세점에서는 수십억원의 '전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금은 일정 기간에 일정 규모의 관광객을 보내겠다는 명목으로 받는 선수금이다.
이들 여행사는 대부분 중국 동포(조선족)이 운영하는 여행사들이다. 한족이나 화교들이 운영하는 여행사도 있지만 1∼2개 조선족 여행사가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제주의 향토 여행사들은 중국인 관광시장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전멸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실정이다.
◇ 전담여행사 11곳 중 6곳 퇴출
중국인 관광객 전담여행사는 1998년 한국과 중국이 체결한 여행허가제도(ADS: Approval Destination Statue)에 따라 마련한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업무 시행지침'을 적용해 지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 관리, 운영권을 갖고 있다.
사실 이 제도는 한국보다 중국이 먼저 자국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요청한 것으로,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가는 세계 161개국이 같은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전국에 141개 일반여행업체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전담여행사로 지정됐고, 그 가운데 5개 업체가 제주에 있다.
제주에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11개 업체가 있었으나 초저가 상품 판매와 무자격 안내원 고용 등으로 관광질서를 흐리다가 적발돼 6개 업체는 지정이 취소됐다.
2년 전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독점하다시피 한 A 여행사가 퇴출당했다. 그러나 이 여행사 사장은 다른 명의로 여러 개의 여행사를 만들어 계속해서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무사증 제도 악용 비지정 여행사 처벌 못해 '맹점'
전담여행사 지정 제도는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에서는 유명무실하다.
전담여행사에만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인데 제주도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무사증 지역이어서 전담여행사가 아니어도 단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단속은 할 수 없다. 전담여행사 지침에서 '비지정 일반여행사가 단체 관광객을 유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지만 어겼을 때 제재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전담여행사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이다.
전담여행사 지침에 따라 지정이 해제되더라도 2년이 지나면 다시 전담여행사 지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한 점도 문제다. 이미 2년 전 퇴출당한 A 여행사가 재지정 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하나의 제도적 맹점은 일반여행업이 자본금 3억5천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몇 개든지 설립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인 여행사 대표가 개인 명의로도 여행사를 등록한 경우도 파악됐다.
그뿐만 아니라 지분으로 참가한다든지, 명의를 빌려서 새로운 여행사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실제로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여행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이런 여행사들을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러 개의 여행사를 운영하면 세금 납부에서 유리한 면이 있고, 단속돼 퇴출당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여행사를 통해 버젓이 영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전담여행사는 물론 송객수수료 상한선도 법제화 필요"
제주도는 물론 지역 관광업계에서는 대안으로 관광진흥법에 전담여행사 제도를 신설하고, 처벌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는 유선상으로 끊임없이 건의하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과 9월에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문을 보냈다. 10월에는 관광국장이 직접 문체부를 방문해 요청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서도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제주도만의 문제라고 보고 건의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중국과의 협약에 의한 것이므로 현재의 행정 지침이 가장 적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이 언제 태도를 바꿔 전담여행사 제도를 풀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외교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전체적으로 컨트롤해야 하므로, 이 부분의 권한을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로 이관하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처벌 규정을 넣는 것도 과도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아수라장이 된 제주의 중국인 관광시장을 보고 있는 도내 관광 관련 기관과 단체, 업체들은 문체부가 하루빨리 복안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문성환 제주관광공사 면세사업단장은 "전담여행사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저가 패키지 관광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최소한 면세점만이라도 법적으로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정해 규제해야 한다"며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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