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 부담에 외제차 차주들 공모…실패하자 물에 빠뜨려

울산중부서, 사기 가담자 3명·돈 받고 차 물에 빠뜨린 견인차 기사 입건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외제차 등 고급 승용차 할부금 부담에 시달리던 운전자들이 서로 짜고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챙겼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덤프트럭 운전기사인 김모(29)씨는 자가용으로 타는 체어맨 할부금으로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알고 지내던 자동차 튜닝업자 박모(33)씨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솔깃한 제안을 했다.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으로 처리하면 차도 처분하고, 중고차 시세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급했던 박씨도 범행에 동의했다.

결국 올해 4월 17일 새벽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한 도로에 주차된 박씨의 아우디 승용차를 김씨가 체어맨으로 들이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우디는 전손처리된 반면에 체어맨은 500만원가량의 수리비만 받게 된 것이다.

할부금 부담에다 사고기록까지 떠안은 차를 김씨는 더욱 타기 싫었다.

마음이 급해진 김씨는 급기야 같은 달 30일 경남 김해로 체어맨을 몰고 가 정수장에 빠뜨려 버렸다.

여기서 또 변수가 생겼다.

차가 절반가량만 물에 빠진 것이다.

완전히 빠뜨려야겠다고 결심한 김씨는 견인차를 불러 기사 송모(53)씨에게 "돈을 더 줄 테니 차를 물에 완전히 빠뜨렸다가 인양해 달라"고 부탁했다.

송씨는 요청을 들어줬고, 보통 차량 구난 업무로 받는 30만원보다 3배가 많은 9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결국 차를 전손처리하고 보험금 1천500만원을 손에 쥐었다.

김씨는 5월 중순 박씨의 사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박씨의 친구 전모(33)씨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전씨가 "친구의 아우디가 교통사고가 나서 전손처리됐는데 부럽다"고 말하자 두 차례 보험사기를 성공적으로 끝낸 김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내 덤프트럭으로 사고를 내줄 테니 보험금을 나눠달라"고 제안했고, 전씨는 승낙했다.

김씨는 5월 20일 다시 또 한대의 아우디를 박살 냈고, 전씨는 1천95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전씨는 1천300만원으로 남은 할부금을 갚고, 나머지 600만원가량을 김씨에게 사례금으로 전달했다.

경찰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챙긴다'는 첩보를 입수, 김씨 등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김씨 등은 처음 범행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경찰의 증거 제시와 집요한 추궁에 결국 털어놨다.

경찰은 김씨, 박씨, 전씨 등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김씨의 요청에 응했던 견인차 기사 송씨는 사기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에게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아우디 차주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점에 착안해 보험사기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피의자들은 자신의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고급 승용차를 샀다가 매달 70만∼90만원의 할부금에 쫓겨 범행했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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