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미용사 '무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미용실에서 파마한 후 머릿결이 상했더라도 상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제7단독 오원찬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미용사 최모(28·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구의 한 미용실에서 권모(26·여)씨에게 파마 시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최씨는 권씨의 머리카락 상태 등을 살펴 머리카락이 손상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권씨에게 결절성 열모증(결절 털 찢김증)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권씨는 최씨에게 매직 세팅 파마 시술을 받은 후 손질만 해도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상태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술 전 머리카락 상태가 양호했기에 열처리 시간이 오래됐거나 최씨가 가열 온도를 높게 잡았던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최씨가 자신이 요구한 굵은 컬을 만들려 했으나 익숙하지 않아 열처리를 오래 하다가 머리카락을 태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권씨는 시술 전후 사진과 한 대학병원에서 받은 결절성 열모증 일반 진단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최씨는 권씨의 모발 상태를 살펴 클리닉을 권했으나 권씨가 거절해 일반 파마 시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모발손상이 예상됨에도 권씨가 극구 요구하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은 괜찮다고 자신해 시술했으니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변론했다.

또 권씨가 염색을 수차례 해 이미 모발에 상당한 손상이 있었고, 상해는 생활 기능에 장애가 초래돼야 하는데 권씨는 모발손상만 입고 두피에는 피해가 없으니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부적절한 약품 선택과 열처리를 한 과실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에 "적절한 약품 선택과 열처리 방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이 없고, 오히려 최씨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 시술보다 낮은 온도에서 짧게 열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의 잘못된 시술로 인해 결절성 열모증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권씨가 이전에도 염색과 파마를 여러차례 반복해 열모 현상이 이미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상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상해가 생활 기능에 장애를 줌으로써 건강상태를 불량하게 변경하는 것이라고 본 판례와 음모 손상을 강제추행치상의 상해로 인정하지 않은 판례 등을 기준으로 삼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머리 모발 손상 자체로는 사람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어 상해 발생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또 미용사의 과실로 권씨의 모발 디자인이 훼손돼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 위축 등 정신적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런 문제까지 미용사 과실로 볼 수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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