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30대 여성 A씨는 대학생이었던 2008년 8월 방학을 맞아 부산 여행을 하다 우연히 유명 프로듀서 밑에서 기획사 설립을 준비한다는 강모(41)씨를 만났다.

서울로 돌아온 A씨는 11살 연상인 강씨와 인연을 이어갔고, 강남 지역 유명 기획사 앞에서 자주 만났다. 강씨는 자신이 유명 드라마를 다수 제작한 피디와 절친한 사이이며 동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와 마음이 통했던 A씨는 급속히 가까워졌고 서로 사귀기로 했다. 그해 가을 A씨는 강씨의 아이를 임신했고, 둘은 결혼을 약속했다.

강씨는 A씨 부모와 친척들을 찾아가 인사했고, 자신을 유명 프로듀서 친분이 있으며 사업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부모는 강씨를 철석같이 믿었고, 장차 사위가 될 그에게 적게는 300만원부터 많게는 1천200만원까지 투자금을 보태주기 시작했다.

2008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강씨는 A씨 아버지와 친척 5명으로부터 총 30여회 걸쳐 3억60만원만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빌렸다.

강씨는 유명 PD와 친분을 내세워 자신의 기획사가 성공할 것이며 주식이 상장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A씨 가족을 속였다.

뱃속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2009년 6월께 강씨는 A씨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강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A씨는 강남의 기획사에 찾아갔다. 모든 것이 거짓인 것을 깨달은 A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A씨는 2009년 5월 강씨를 사기혐의와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고소했다. 강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고, 사기 전과 11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8년간 A씨는 강씨를 찾았지만,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 11일 강씨는 인천에서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사업에 실패해 집사람을 볼 면목이 없어서 숨어 살았다"고 진술했다.

홀로 아이를 낳아 미혼모 신세로 지내온 A씨는 경찰에 붙잡힌 강씨를 엄하게 처벌해 줄 것을 경찰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17일 사기혐의로 강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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