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프로야구(MLB) 정규시즌 전체 승률 1위 시카고 컵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르며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기대를 높인 가운데, 컵스 로고를 새긴 의안(義眼)을 한 7세 소년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스포츠전문 ESPN과 일리노이지역신문 저널스타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중부 모튼 시에 사는 컵스 팬 베컴 조브리스트(7)는 4년 전 소아암의 일종인 '망막모세포종'(retinoblastoma) 진단 후 오른쪽 눈 제거 수술을 받았다.

베컴의 부모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공 눈과 슈퍼맨·배트맨 등이 새겨진 안구 보철물을 주문제작해 어린 아들이 의안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했고 '암을 극복한 승자'라고 용기를 북돋웠지만 베컴은 누군가 자신의 눈을 쳐다보면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 베컴은 의안이 자랑스럽다. 파란색 홍채가 있어야 자리에 컵스 로고를 새겨넣은 이 특별한 의안은 그가 암과 싸웠다는 사실 외에 컵스의 열렬한 팬임을 알려준다. 특히 올시즌 컵스가 승승장구하면서 베컴의 눈은 점점 더 큰 빛을 보게 됐다.

베컴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의안이 아닌 진짜 눈,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소원했다. 당황한 엄마가 "그다음 갖고 싶은 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컵스 눈"이라고 답했다.

베컴의 부모는 전문가와 상의해 '컵스 눈'을 제작했고, 크리스마스 날 선물을 받은 베컴은 무척 기뻐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보여줄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 올봄 MLB 시즌 개막 후 베컴은 뜻밖에도 "유치원에 '컵스 눈'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특별한 물건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쇼앤텔'(show and tell) 시간에 '컵스 눈'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베컴의 엄마는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염려하는 아이 못지않게 나도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반응은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친구들은 베컴의 눈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줄을 섰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베컴은 당당히 눈 제거 수술을 받은 사연을 들려주고, 컵스 팬으로서의 자긍심도 표현했다.

베컴의 엄마는 컵스 팬 페이지에 이런 사연을 올렸고, 컵스 구단은 지난여름 베컴의 형들과 부모까지 온 가족을 홈구장 리글리필드로 초대했다. 컵스 중심타자 벤 조브리스트와 먼 친척 관계로 확인된 베컴은 선수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스타급 선수들과 구장 투어도 했다. 카일 슈와버는 야구방망이를 선물로 건넸고, 앤서니 리조는 자신의 암 투병기를 들려주었다.

이날 행사가 일부 언론에 소개되면서 베컴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 'MLB 올해의 팬' 후보에까지 올랐다.

ESPN은 최근 일주일간 베컴의 일상을 특별 취재해 12일 밤 뉴스매거진 'E:60' 시간에 '시카고 희망'(Chicago Hope)이란 타이틀로 방송했다. 베컴의 엄마는 "불과 수개월 사이 아들이 놀라운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하나하나의 일들이 마치 퍼즐 조각 맞추듯 완성돼갔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소아암 진단 후 안구를 제거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아들의 사연이 망막모세포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다른 환자들과 그 가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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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일리노이 저널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