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식빵이

새우가 되고,

흔한 오이 하나가,

악어가 됩니다.

오레오는요?

다비드로,

환.골.탈.태.

[Dispatch=안나영기자] "우리가 아는 음식이 맞나요?" 

맞습니다. 오레오와 오이, 그리고 식빵이 작품의 주재료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건데요.

작품은 아트 크리에이터 '키니'가 만들었습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식빵으로 만든 랍스타'의 원작자입니다.

키니는 '상상 이상'이라는 주제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평범한 식재료를 상상하지 못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금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작품들, 제대로 알아봐야겠죠? 키니와의 일문일답을 준비했습니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건국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한 김예지입니다. 1989년생이고요, 현재 아트 크리에이터 '키니'로 활동 중입니다. '식빵으로 만든 랍스터'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Q. 본명은 김예지인데 활동명은 '키니'네요. 키니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 별명에서 따온 활동명이에요. 평소 올라간 입꼬리와 앞니 때문에 '기니피그'라 불리거든요. '기니피그'의 '기니'를 영문식으로 발음해 '키니'가 됐습니다.

Q. 저도 식빵으로 만든 랍스터를 봤어요.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어떻게 알려진건가요?

우연히 한 커뮤니티에 작업 과정을 올렸는데요.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각종 포털 사이트 메인까지 점령했고요. 이거다 싶어 유튜브 채널도 열었습니다.

Q. 사진으로만 공개하던 걸 유튜브 채널까지 오픈한 이유는 뭔가요?

주변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작품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보고싶다는 얘기가 많았죠. 또 해외 유저들도 보면 좋겠다는 의견도 받았습니다. 겸사겸사 제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싶어 시작하게 됐죠.

Q. 그렇군요. 그럼 원래 어떤 일을 하셨나요?

졸업 후 패션업에 종사했습니다. 현재는 직업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개인 작업과 유튜버 겸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 제 생활의 중심은 작업이니까요.

Q.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음식과 관련한 주제로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다들 오해하곤 하시죠. 저는 '상상 이상'이라는 주제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요리가 그 범주 안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작품을 전공과 접목시켜서 만든 예술이라고 볼 수 있나요?

아직 제 작품을 현대 미술과 연관을 지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제 작품이 현대 미술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굉장히 사소해요. 제게 사춘기를 겪는 동생이 있거든요. 굉장히 무뚝뚝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을 웃겨 주려고 음식을 만들어 본겁니다. 그런데 주변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저도 ‘어라?’ 싶었죠.

Q. 작품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어요?

재료에서 먼저 영감을 받아 작업해요. 이를테면 ‘오이로 만든 악어’가 그래요. 다이어트 기간 내내 오이를 먹었거든요. 무심코 쳐다봤는데, 악어 모습이 떠올랐어요. 아마도, 다이어트라는 무시무시함이 악어를 연상케 한 것 같아요. 하하.

Q. 실생활에서 주로 영감을 떠올리는군요?

네 맞아요. 매일 오레오 과자를 사먹다보니 ‘오레오로 만든 조각상’이 탄생했고요. 평소 동물이 많아 ‘식빵 시리즈’들을 만들게 됐죠. 랍스터, 게, 새우 등요.

Q. 만드는 과정은 어때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과정 및 결과물을 어느 정도 머릿 속에 그려둬요. 그 후 별다른 스케치 없이 작업합니다. 딱히 시행 착오가 없다면, 수월하게 작품이 나오죠.

Q. '오레오 석고상'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신다면? 

5단계로 나눠 볼게요.  ① 오레오의 과자와 크림을 분리합니다. 이 때 과자 부스러기가 크림에 섞이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과자 부스러기가 섞일수록 크림 색이 탁해지거든요.

② 크림을 반죽하듯 덩어리로 뭉칩니다. 제대로 반죽을 해야 색깔이 고르게 나와요. 또 자유자재로 다루기도 쉽고요. 동그랗게 뭉쳐서 얼굴 모양을 만들어주세요.

③ 뭉친 반죽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이제 조각상 모양을 만들건데요. 손으로 작업하기 보다는 도구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손가락 체온으로 형태가 쉽게 변하기 때문이죠.

④ 정신 바짝차리고 집중할 시간입니다. 도구를 이용해 얼굴을 표현합니다. 한 방향에서만 조각하지 말고 다양한 구도에서 제작하는게 좋아요. 입체감과 사실감이 살아나거든요. 

⑤  완성이 되면 사진을 찍습니다. 원작과 비교해보기 위해서죠. 실물과 사진을 비교해보면 꼭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요. 완성도 높은 작품의 비결이랄까요?

Q. 이렇게 작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작품마다 다 다른데요. 보통 2시간에서 4시간 사이로 걸리는 것 같습니다. 스케치를 따로 안 하고 제작하다 보니, 만드는 도중에 고민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더해지네요.

Q. 어려운 점은 없나요?

아, 있어요. 한 번 만들었던 작품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 어렵게 느껴지더군요. 이미 만들었던 걸 또 하니까, 지루해요. 전 작품과의 비교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요.

Q. 제작을 2번씩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가요?

네. 작품 특성 상 오래 유지하기 어렵거든요. 전시회 등 특수한 상황이 생기면 그때 그때 다시 만들어요. 지난 5월 서울시청 이벤트홀에 전시된 ‘오레오 석고상’이 그랬죠.

Q. 그렇군요. 실생활의 작은 아이디어로 전시회까지 열다니 대단합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작업 주제나 재료로 삼으면 작품이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다루면 자연스레 재미가 동반되기 마련이니까요.

Q.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재료의 한계를 음식에만 두고 싶진 않아요. 요리는 제 예술관 및 가치관을 표현하기 위한 매개체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새로운 재료들로 작업할 계획도 있어요. 정확히 어떤 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유튜브를 기반으로 움직이기에 크리에이터라고 많이 불리는데요. 일단 '키니'라는 이름부터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상상 이상 고퀄리티를 만드는 키니이자, 아트 크리에이터로요.

Q.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큰 힘이 돼요. 부지런히 작업하고, 즐겁게 예술할게요. 지켜봐주세요!

P.S. 키니의 상상이상 고퀄리티 작품을 보고싶다고요? 아래의 주소를 클릭해보세요. 신작 '초콜릿으로 만든 추석 한우 선물세트'도 볼 수 있답니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QR1M7kmLmEhkyiNloaQ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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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키니티비' 페이스북, 유튜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