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0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친 정부 시위대가 구호와 함께 터키국기와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 정보부가 터키 군부의 쿠데타 모의 사실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사전에 귀뜸했다고 20일 저녁(모스크바 시간) 타스를 비롯한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관련 보도의 진위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문의 진원지 불분명

러시아 정보부의 사전 경고설을 보도한 언론이 인용한 출처는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다.  그런데 파르스 통신은 수단의 알 수단 알 윰 신문 등 여러 중동 신문을 인용했고, 이 신문들은 익명의 터키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시리아 흐메이밈 러시아군 기지에 주둔 중인 러시아 군 정보부가 터키 군부의 쿠데타 모의 무선통신을 탈취, 해독했다. 쿠데타 주모자들은 휴가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묵고 있던 터키 해변휴양지 마르마리스의 호텔에 헬기 여러대를 보내 대통령을 인질로 잡거나 살해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터키 국가정보부(MIT)에 입수한 정보를 전달했고 덕분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제때 호텔을 탈출한 후 사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인

러시아의 쿠데타 사전 경고설에 대한 보도가 나온 시점과 거의 동시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주장을 했다. 그는 “쿠데타가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처음 내게 알린 사람은 사위였다”며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MIT 국장과 논의한 다음 가족과 함께 헬기로 마르마리스를 떠나 이스탄불로 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터키군 공보실은 “MIT가 쿠데타 준비 사실을 쿠데타 개시 약 5시간 전인 15일 오후 4시 이미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정보 출처가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의 사전 경고설에 대해 터키 당국은 아직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 견해

터키문제 전문가인 빅토르 나데인-라옙스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주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을 도왔는지를 밝히는 게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Russia포커스의 질문에 “정보부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해 줄 리 없지 않은가. 그러한 정보가 건내졌는지 여부를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일부 언론 보도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런 보도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터키 관계 개선을 알리는 중대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게임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보도 자체가 게임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류의 소문을 흘린 것은 양국관계 개선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이미 상당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나쁘지 않은 한 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작년 11월 24일 시리아 상공에서 러시아 전폭기 Su-24기를 격추한 터키 공군 조종사 두 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과시적 행동이다. 현재 서방으로부터 고립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