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하는 한 청년이 붉은 광장에 출몰한 포켓몬을 잡았다.

붉은 광장을 방문하고 싶은가? 석양 아래 선홍색 별이 빛나고, 관광객들은 레닌 묘소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다. 사람들 한 가운데서 정신 없이 발을 휘두르는 ‘망키’와 근처에서 꿈틀거리는 ‘잉어킹’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은 없다. 모스크바의 심장부에 온 사람들에게는 자기의 포켓볼을 채울 나쁘지 않은 기회가 있다.

이미 세계적인 인기 게임 중 하나가 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는 7월 18일에야 러시아에 공식 출시됐다. 그렇다고 2주 전 수 천 명 러시아인이 부지런하게 스마트폰 카메라를 놀려 작은 몬스터들을 잡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포켓몬 때문에 세계의 문화 보물창고인 크렘린궁을 오는 건 아니잖아요?”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실 공보실장은 ‘가장 유명한 러시아의 성채에서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느냐’는 인테르팍스 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선례가 없을 정도로 방문객과 관광객에게 열려있다. 크렘린궁에 포켓몬이 있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있다.

포켓몬 팬들과 포켓몬 혐오자들

“3학년 때부터 광팬이라서 ‘포켓몬 고’에 시간을 다 쓸 지경이다.” 수 천명 ‘친포켓몬파’ 중 하나인 니키타가 말한다. “여자 친구를 포켓몬 관련 채팅에서 만났다.” 또 다른 포켓몬스터 팬 안드레이가 실토한다. 포켓몬은 2000년대 초반에 Y세대(밀레니엄 세대)의 사랑을 받았고 러시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러시아인은 질 좋고 독특한 외국 상품이 익숙해져서 싫증난 소비에트의 문화와 크게 대조되고 새로운 시대의 전령사로 보였던 때를 떠올린다. 심지어 컬트 작가이자 포스트모더니스트인 빅토르 펠레빈의 소설 ‘숫자들(Числа)’(2003년에 나온 모음집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과도기의 변증법(Диалектика переходного периода из ниоткуда в никуда)’ 수록작)에는 피카츄가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 나온다. 2000년대 초에 아이였던 많은 이가 포켓몬에 가졌던 따스한 감정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포켓몬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켓몬 고의 러시아 상륙은 급진 보수종교 세력의 거센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처음에는 일본의 악귀 포켓몬이 우리 사원들을 차지하더니, 다음에는 아이폰을 든 힙스터들이 그놈들을 잡으러 달려왔다.” 저명한 정교운동가인 드미트리 엔테오가 가상의 포켓몬과 그들을 잡으려는 사냥꾼이 교회에 나타난 것을 놓고 자기 트위터에서 툴툴거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카자크들은 이러한 사냥에 ‘악취 나는 악마숭배’라는 이름을 붙였고, 러시아에 공식 출시되기도 전에 상급 법원에 포켓몬 고 게임 금지 청원을 낼 준비를 했다.

현재 상황은?

“게임 자체는 러시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러시아 최대 비디오게임 잡지 ‘이그로마니야(Игромания)’의 얀 쿠조블레프 편집장이 RBTH에 말했다. “포켓몬 고는 기반 팬이나 홍보가 필요 없다. 모든 것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SNS에서는 새 게임의 ‘파이를 나눌’ 권리를 놓고 진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SNS ‘브콘탁테(ВКонтакте)’(vk.com)에는 이미 천 개가 넘는 포켓몬 고 관련 그룹이 생겼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수 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비디오 블로거들은 신선한 공기 속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렛츠플레이(Let’s play) 포맷을 익히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7일간 러시아에서 ‘포켓몬 어플’ 및 ‘APK 미러’(게임 설치를 위한 기술적 속임수. 공식 출시 전에는 공식 구글 플레이에서 게임을 다운 받을 수 없었기 때문) 검색이 5000% 늘었고, ‘포켓몬고’ 검색은 2900% 늘었다.

단체들도 일반 사용자들에 못지 않다. 푸시킨 미술관(러시아 최대 박물관 중 하나)은 얼마 전 박물관 전시관에 있는 포켓몬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는데, 사진에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라도 박물관에 오세요’라는 극적인 코멘트를 달았다.

러시아에는 시간대가 11개인 관계로 새로운 게임에 관한 논의는 그칠 새가 없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청년은 ‘같이 돌아다니실 분은 글 남겨주세요, 되도록이면 레닌 지구에서’라고 썼다.

한편 칼리닌그라드 그룹에서는 한 여성이 ‘마자이 할아버지와 포켓몬들’(마자이 할아버지 – 홍수 때 토끼들을 모으고 구조한 문학작품 속 인물)이라는 재미있는 그림을 올린다.

그러니까 붉은 광장에 오면 망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