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컷] 조선시대 양반들도 귀신의 존재를 알았을까? 혹은 겪어봤을까? 이건 무슨 '전설의 고향' 같은 소리냐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분명히 조선왕조실록에도 귀신 이야기가 적혀 있다. 심지어 왕까지 그 소문을 듣고, 궁금해 했다는 사실.

성종 17년, 즉 1486년으로 돌아가보자. 그해 11월 10일, 성종은 대신들과 더불어 경연을 하고 있었다. 세금과 흉년 구휼 등에 관한 내용을 의논 중이었다.

그런데 예조판서 유지가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성 안에 요귀가 많습니다. 영의정 정창손의 집에는 귀신이 있어, 능히 집안의 물건들을 옮긴다 합니다. 호조좌랑 이두의 집에도 여귀(여자귀신)가 있어 매우 요사스럽습니다.

대낮에 모양을 나타내고, 말을 하며 음식까지 먹는다고 하니 청컨대 기양(액막이 기원을 드리다)하게 하소서." (유지) 

성종은 이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좌우에 물으니, 당시 영사라는 직책을 맡았던 홍응도 자신이 들은 '썰'을 풀기 시작했다.

"예전에 유문충의 집에 쥐가 나와 절을 하고 서있었는데, 집사람이 괴이하게 여겨 유문충하게 고했답니다. 그러니 유문충이 말하길 '이는 굶주려 먹을 걸 구하는 것이다. 쌀을 퍼뜨려 주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론 이상한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정창손의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 괴이함이 있으니, 그의 집사람이 옮겨 피하길 청하였으나, 정창손은 '나는 늙었으니 비록 죽을지라도 어찌 요귀로 인해 피하겠느냐?' 하였답니다. 그렇게 하니 재앙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홍응)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성종의 뇌리에는 이두의 집에 떠돌아 다닌다는 여자 귀신 이야기가 강력히 박혀 있었던 듯하다.

이번에는 11월 25일의 기록을 살펴보자. 성종은 승정원에 "듣건대, 호조좌랑 이두의 집에 요귀가 있다고 하던데. 지금도 있는가? 한 번 물어보라"고 전교를 내렸다.

그러자 이두는 다음과 같이 아뢴다.

"신의 집에 9월부터 과연 요귀가 있어서, 혹은 나타나기도 하고, 혹은 자취를 감추기도 하며, 창문 종이를 찢고, 불빛을 내기도 하며, 기와나 돌을 던지기도 합니다.

사람이 부딪혀도 다치는 일은 없으나, 다만 신의 아내가 살쩍에 부딪혀 잠시 다쳐 피가 났습니다.

종들이 말하길, '귀신이 사람과 말을 하길, 사람과 다름이 없고, 비록 그 전신은 보이지 않으나, 허리 밑은 여자의 복장과 같은데, 흰 치마가 남루하다'고 합니다.

허나 신은 일찍이 보지는 못하였고, 단지 밤에 2번 사람을 부르는 소릴 들었을 뿐입니다. 신이 처와 자식을 이끌고, 다른 지붕으로 피했더니, 얼마 안되어 또 따라와서 때 없이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가 했습니다.

신이 생각하길 피하는 건 소용 없다고 여기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때는 또 요귀가 없었습니다." (이두)

그러니까 이두의 말에 따르면, 이 여자귀신은 대단한 파괴력을 갖췄던 듯하다. 게다가 도망치는 이두 일가를 쫓아가기까지 했다니….

참고로, '용재총화'에도 이두 집의 귀신 이야기가 적혀 있다. 도성 사람들의 소문에 따르면, 이 귀신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  "10년 전에 죽은 고모"라고 했다고.

게다가 집안 대소사를 일일이 참견하는 등 요즘말로 하면 '시월드' 짓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참 신기하고 독특(?)한 귀신이었던 것 같다.

※ 참고!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