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수도승' 현각 스님(52·본명 폴 뮌젠)이 한국 불교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각 스님은 미국 출신으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현각 스님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 하나를 포스팅했습니다. 의미심장한 내용인데요.

제목은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 외국인 인재들이 한국 조직 문화의 폐쇄성에 떠나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현각 스님은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며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 밖에 없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8월 중순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 앞으로는 해외에서만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각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올해로 승려가 된 지 25년째. 2008년에는 한국 국적으로 귀화는데요.

현각 스님은 "25년째 (한국 불교에서 느낀 것은) 주한 외국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코레이션(장식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을 비롯한 외국인 승려들이 한국 불교와 연을 끊는 이유도 공개했습니다.

현각 스님은 "숭산스님이 45년 전, 새 문을 열었고 나와 100명의 외국인 출가자들이 들어왔다. 참 넓고 현대인에게 딱 맞는 정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종단이 그 문을 자꾸 좁게 만들었다. 지난 2∼3년간 7∼9명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현각 스님은 "나도 요새는 내 유럽 상좌(제자)들에게 조계종 출가를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고 고백했습니다.

한국 불교계의 문제점도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특유의 폐쇄성과 유교적 관습, 남녀 차별 등을 거론했는데요.

현각 스님은 "내가 어떻게 그 조선시대 정신에게만 열리는 교육으로, 합리주의 바탕에서 컸던 서양 사람들(특히 서양 여자들)을 보낼 수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신심 있는 제자들을 계룡산(숭산 스님이 만든 국제선원)이나 유명한 일본 선방으로 보낸다. 다른 서양 스님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외국인 승려를 배출한 화계사 국제선원과 외국인행자교육원의 폐쇄에 대한 강한 아쉬움도 드러냈습니다.

현각 스님은 "(종단이) 숭산 스님이 세운 혁명적인 화계사 국제선원을 완전히 해체시켰다.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갔다"고 지적했습니다.

조계종을 향해 쓴 소리도 잊지 않았습니다.

현각 스님은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 왜냐하면 '기복 = $(돈)'. 참 슬픈 일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조계종의 외국인행자교육원은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설립한 지 5년 만입니다.

출가를 원하는 외국인 행자들을 한국말과 승가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었는데요. 인원 감소 등의 이유로 대안 없이, 폐쇄했습니다.

<사진출처=현각스님 페이스북, 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