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축사에서 노예처럼 일한 40대 지적장애인이 19년 만에 어머니와 극적 상봉했다. 임금은 받지 못했고,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살아 온 시간들이었다.

충북 청원경찰서는 지난 14일 고 모(47)씨를 청주 오송에 사는 어머니에게 데려다 줬다. 고 씨의 어머니도 지적장애가 있지만, 두 사람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봤다.

고 씨의 딱한 사연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1997년 소 중개업자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의 김 모(68) 부부를 만나게 됐다.

김 모(68)씨 부부는 고 씨에게 소 40여 마리를 키우게 했다. 그 대가로 고 씨에게 주어진 것은, 축사 옆 작은 쪽방. 창문도 없었고, 악취가 진동하는 창고 수준이었다.

19년 동안 이어진 노예같은 삶. 그러던 중 지난 1일, 고 씨에게 새로운 삶이 열렸다. 고 씨가 한 공장 건물 처마에서 비를 피하던 중 사설 경비 업체 경보기가 울린 것.

경비 업체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김 씨 부부는 고 씨를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경찰은 고 씨가 두려움에 떠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고, 탐문 수사를 펼쳤다.

결국 고 씨가 19년 동안 무임금으로 노역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관련 축사 주인 김 씨의 진술도 확보했다.

고 씨는 "(김 씨 부부에게) 맞은 적도 있다. 다시는 축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김 씨 부부에게는 장애인 복지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고 씨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