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적 원양어선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이 베트남 선원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사건은 20일 새벽 2시께,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조업 중이던 부산 광동해운 소속 광현803호(138t) 참치연승 원양어선에서 선상 반란사건이 벌어졌는데요.
베트남 선원 A씨(32)와 B씨(32)가 한국인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선원들은 술에 취한 상태였는데요. 다른 선원들이 이들을 제압, 배 안에 격리했습니다.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 국적 항해사가 해경 당국에 연락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해당 어선에는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인 선원 3명, 베트남 선원 7명, 인도네시아 선원 8명 등 총 18명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항해사 이모(50)씨인데요.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선원들과 함께 배를 운항 중입니다.
약 4일 뒤, 가장 가까운 섬인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 항으로 입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항해사 이씨에 따르면, 사건은 선장이 선원들에게 양주 2병을 나눠준 후 발생했습니다. 연합뉴스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이씨는 "어장 이동을 위해 하루 쉬던 중 선장이 '수고했다'며 선원들에게 양주 2병을 주고 마시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선실에서 쉬는데 한 선원이 선장의 죽음을 알렸다. 선장은 얼굴과 몸이 피투성이가 돼 숨져 있었고, 기관장은 침실에서 피를 흘리고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베트남 선원 2명의 상황도 전했는데요.
이씨에 따르면, 선원들은 갑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1명은 잡은 고기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30cm 길이의 칼을 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씨는 "(살인한) 선원들이 몸집이 작고 술에 취한 생태라 흉기를 뺏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흉기를 뺏는 과정에서 나도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의아함을 드러냈습니다.
이씨는 "(살인한) 선원들은 일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편이었다. 불만을 표출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 선원들이 술을 마시면 다혈질이 돼 다른 선원들이 같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은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부산 해양경비안전서는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현지에 수사팀을 보낼 예정입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