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SBS-TV '그것이 알고싶다'는 '위험한 외출 : 13살 소녀와 6인의 남자들' 편을 방송했다. 지적장애 아동의 성폭행 피해를, 법원이 '자발적 성매매'로 판단한 사건이다.

2014년 6월 초, 어느 날 새벽이었다. 13세 소녀 은비(가명)가 사라졌다. 아이는 평소 경계성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 지적 수준은 7세에 불과했다.

이날 어머니에게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은비였다.

"이상한 아저씨가 여기 데려다 줬다고 했다. 횡설수설하더라. 전화기 너머로는 차 문 닫는 소리가 났다. 겁이 났고 심장이 떨렸다." (은비 어머니)

이에 은비 어머니는 파출소에 가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그때부터 경찰과 어머니는 은비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아이의 위치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잠실, 수유, 의정부, 인천, 천안, 전주….

6일 후, 아이가 발견된 장소는 인천의 한 공원이었다.

당시 아이의 몸에는 성폭행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도 1명이 아닌, 6명의 남자에게 당한 것이다. 지난 6일간, 은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은비는 엄마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다, 액정이 깨지는 바람에 집을 나갔다. 은비의 심리상태는 단순했다. 혼날까봐 무서웠던 것이다.

은비는 채팅어플을 열어 잠 잘 곳을 구했다. 이에 많은 남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성관계를 가졌다. 특정 가능한 남자만 무려 6명이었다.

'그알' 제작진은 상대 남성 중 한 명을 어렵게 만났다. 은비와 찜질방에서 성관계를 가진 남자다.

그는 "먼저 성적 제안을 한 건 은비"라고 주장했다. 은비가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걔(은비)가 밥을 사달라고 해서 만났는데 갑자기 피곤하다고 해서 찜질방에서 자고 싶다고 하더라. 자기 몸을 만져도 된다 해서 만진 거다. 원래 얼음방에서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왔다갔다해서 (성관계를) 못했다." (성매수 남성)

"본인은 찜질방 내에서는 은비 학생이랑 성관계 할 생각이 있었던 거냐" (그알)

"그렇다" (성매수 남성)

"그러면 성폭행이 아니다?" (그알)

"전 강압적이지도 않았고, 헤어질 땐 자기가 미안하다 했다." (성매수 남성)

하지만 은비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찜질방에서 자고 있는데 막 배 위를 간질간질 하더라. 그래서 깨어 쳐다봤다. 그러니까 갑자기 더 올라갔다. '왜? 만지지마. 지금은' 이랬는데..." (은비)

"자, 지금 얼음방 고장난 곳으로 갔는데 그 다음 어떤 일들이 있었어?" (경찰)

"그 사람은 앉아 있었고 '옷 벗어' 그래서 '응?' 이러니까 옷을 벗겼다.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 (은비)

이번에는 모텔에서 은비와 성관계를 가진 남자와 통화를 시도해봤다. 그는 "모텔에 왜 데리고 간 것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잘 곳이 없다 그래서"라고 답했다.

성관계를 가진 이유에 대해 묻자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지 않냐"며 "들어가고 나니 마음이 바뀌어 (성관계) 하려다가 이건 아닌 거 같아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물론 은비의 진술은 달랐다. 남성의 압박이 있었고, "난감한 상황에서 그냥 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은비는 이 상황이 '강압'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의 결과. 경찰은 은비 사건을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로 판단했다. 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성들은 '성매매' 혐의로 처벌(벌금 혹은 집행유예)을 받았다. 실형을 살게 된 건 고작 1명, 그것도 징역 10개월에 불과했다.

이유는 뭘까. 첫번째 쟁점. 경찰은 은비가 먼저 채팅방을 만들고, 잠잘 곳을 찾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가성' 이라고 했다. 폭행과 협박 대신, 숙박과 음식을 제공했기 때문에 성폭행이 아니라는 것. 검찰도 마찬가지 대답을 했다.

심지어 수사기관은 은비가 차비로 받은 현금 1만원도 성매수 대가로 봤다.

처음 수사 당시에는 성매매 혐의마저 무혐의가 된 남성이 있었다. 당시 해당 남성은 모텔비를 계산하며 은비에게 1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고, 은비는 가지고 있던 돈을 건네줬다.

은비 엄마는 수사기관에 전문가들의 소견서를 모두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수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진술 당시에도 은비의 상태가 아기 같다는 것은 명확하게 느껴졌다. 은비는 일반적인 단어도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의미도 제대로 몰랐다.

그러나 성매수 남성들은 "은비가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몰랐다"며 "정상으로 보였다"고 부인했다.

잘못을 인정한 남성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모두 성매매 혐의로 형이 확정된 상태. 은비 가족은 이제 민사소송을 통해 상처를 배상 받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런데 재판들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은 계속됐다. 2개의 민사재판 결과가 엇갈린 것. 하나는 승소했으나, 하나는 패소했다. 은비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본 것이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청소년과 성인의 성관계를 자발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가출 청소년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성매매를 선택한다는 것. 선진국의 경우에도 이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어보자. 김진 변호사는 "미국과 영국은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배경에 강압, 착취, 빈곤, 학대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리노이 주에서는 '청소년 성매매'라는 용어를 형법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만 12세 11개월 30일 지나는 순간 아이들은 성적 의사 결정권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 은비가 '대상아동 청소년'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우리 사회는 그 연령대 아이들에게 아무런 능력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선거권은 물론, 중학생들의 그 어떤 의사결정도 존중해 주지 않는다. 인정해 주는 건 딱 하나다. 성적 의사 결정권이다." (김태경 교수)

<사진출처=SB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