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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이명구 기자] 살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인연이 닿는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년 전만 해도 중국 항주(항저우 Hangzhou, 杭州)를 가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곳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알리바바 마윈의 고향이라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결론적으로 알리바바 본사에도 가보지 못하고 항주행은 끝이 났습니다. 본래 목적과 무관했으니 너무 서러워 할 일도 아니겠지요.

대신 투어(?)다운 투어를 한 곳은 항주 절강대학교(저장대학교라고도 부름)였습니다. 중국이란 단어에 숫자가 등장하면 어마어마한 느낌이 오는 건 이제 누구나 익숙하겠죠.

그래도 상식선에서 규모 한번 짚고 가보기로 합니다. 절강대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이 학교에서는 무려 4만 7,0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답니다.

학부생만 2만 3,000여명, 이 중 유학생은 5,000여명 정도라네요. 캠퍼스는 즈진강, 옥천 등 항주 전역에 7개를 갖고 있답니다.

땅 넓은 나라임을 모르진 않지만 학교 넓이는 5,570,408제곱미터. 평수로 계산하면 약 168만평 정도입니다.

1897년에 설립된 역사와 달리 즈진강 캠퍼스의 이미지는 현대적이었습니다. 녹지가 너무도 잘 조성돼 있어 마치 공원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중국 대학생들의 현실을 알아야 해요!"

손에 이끌려 간 곳은 다름아닌 학생식당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난 뒤라 학생식당은 여유로웠습니다.

규모는 말하나마나 꽤 컸는데요. 이런 식당이 4개가 있다고 했습니다. 단체식당은 사실 국경을 초월해 구조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죠.

다만, 준비된 음식들 만큼은 눈길을 확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대학식당에 대한 기억은 20년 전에서도 더 올라가야 하는 탓에 호기심은 강렬해졌습니다.

"이렇게 먹고 살아요!"

학생식당 음식에 다소 불만이 섞인 투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오래 전 누군가에게 들었을 말을 그대로 뱉어내며 응수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엔 말이야... 우리 학교 다닐 때 학생식당은..."

그토록 듣기 싫었던 말을 스스로 입에 올리게 되는 세월의 잔인함이란. 그 순간 입을 닫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직업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이 음식 사진들 다 찍어서 학식이나 소개해야 겠다."

줄잡아 메뉴는 80여가지나 됐습니다.

1.절강대 학생식당의 첫 코너는 반찬류 부터 시작됐습니다.

접시에 적당량이 담긴 반찬들은 대개 무침류가 많았는데요.

돼지 머리고기 무침과 흡사한 반찬을 발견했을 때 딱 떠오른 건 술이었습니다.

그것들은 한국에서 너무도 완벽한 술안주였죠.

2.조림류 같은 음식들이 등장했습니다.

잘박한 빨간 육수 위로 드러난 닭다리는 닭볶음탕과 흡사해 침샘을 자극했습니다.

간장에 버무린듯한 양배추 요리나 다른 메뉴들은 낯설기도 했습니다.

학생식당 음식메뉴라고 하기엔 종류가 워낙 다양했습니다.

3.국물이 좀 더 많은 음식들이 이어집니다.

어느 것은 마파두부를 닮기도 하고 어느 것은 설렁탕 육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짜장면, 짬봉 정도의 중국음식 지식수준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로봇까지 등장합니다.

4.주방장 모자를 눌러쓰고 목에 빨간 머플러까지 맨 마네킹이 보이시나요.

머리는 마네킹이고 몸은 번득이는 철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른바 도삭면을 만드는 기계랍니다.

보라색 손끝에 칼이 장착돼 있어 기계를 작동시키면 밀가루 반죽을 얇은 국수면으로 잘라내는 것이죠.

면은 끓는 물 속으로 직행하고 익을 때 쯤이면 사람이 건져내 그릇에 담아 국수를 만들어 준답니다.

마네킹 머리 때문인지 도삭면 기계가 아니라 도삭면 로봇이라고 불러줘야 할 것만 같습니다.

5. 학생식당 메뉴 비주얼로 보기엔 과분한 음식들도 있습니다.

전골류 처럼 보이는데요.

다양한 주재료와 부재료를 넣고 끓인 음식들입니다.

마치 이것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푸짐해 보였습니다.

6.아마도 큰 그릇에 담긴 다양한 요리들은 그때 그때 접시에 나뉘어 담겨져 판매되는듯 했습니다.

소스에 버무린 밥에 고기를 얹은 음식도 있었고,

볶음면에 닭다리 등을 올린 음식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간편하게 한접시만으로 한끼를 때울 수 있어 보였습니다.

7. 뜨근한 국물이 가득한 면요리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면과 육수, 청경채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고명을 얹은 주재료 따라 면은 특화된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한국 학생식당의 라면 역할을 이 면들이 하고 있는 것이었겠죠.

라면엔 김밥이 찰떡궁합인 것처럼, 국물면 옆에는 군만두가 놓여 있었습니다.

우연히 한 학생의 식판이 사진에 찍혔습니다.

공기밥 하나에 두 접시의 반찬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직 메뉴가 더 남아 있기에 식판에 어떤 음식이 더 담길지는 알 수 없겠죠.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먹고 싶은대로 다 먹을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을겁니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을테니까요.

8. 이제야 좀 가벼운 간식거리들이 등장합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만두국과 한국 떡볶이와 흡사한 요리도 있습니다.

학생식당이라고 후식이 없을 순 없죠.

보라빛 줄이 가 있는 것은 중국식 떡이라고 합니다.

깨로 장식된 동글동글한 것들도 후식처럼 먹는 것 중 하나라고 하네요.

9. 세트메뉴라고 해야 할까요.

밥과 야채, 반찬을 한 접시에 담은 메뉴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볶음밥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가는 식당마다 시키는 필수메뉴인 탓에 볶음밥의 중국어 만큼은 기억이 납니다.

차오판~ 이 말만 잊지 않으면 볶음밥은 꼭 드실 수 있을 겁니다.

10. 좀 더 고급진 음식들도 등장합니다.

양고기인지 소고기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내놓았습니다.

튀김요리도 있고 두부조림도 있습니다.

어디에서 식판을 멈춰야 할지 여전히 고민되는 순간입니다.

11. 끝날 때까진 끝난게 아니란 말이 있죠.

이번엔 원형 접시에 밥과 야채, 반찬이 담겨진 요리들이 나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덮밥류라고 해야 할까요?

볶음국수 메뉴 역시 면발의 굵기도 다르고 얹어진 재료도 다르네요.

12. 식판기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학생식당의 마무리 코너는 외국 유학생들을 배려한 식단입니다.

닭날개 튀김, 스파게티, 소시지, 파스타, 햄버거 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솔직히 중국 음식에 비해 완전 맛있어 보이진 않네요.

13. 외국 유학생을 배려한 식단은 좀 더 있습니다.

피자, 감자튀김, 닭살 튀김 등입니다.

이 코너들 메뉴는 너무도 익숙해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이쯤되면 음식 종류가 많은건 이제 알겠고 음식값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메뉴판 하나를 촬영했는데요.

가격이 1위안에서 12위안까지 있습니다.

너무 저렴한 것은 반찬류겠죠.

딱 메뉴 하나만 선택했을 때 대체로 10위안(우리돈 약 1,800원)이면 한끼 식사가 가능했습니다.

14. 학생식당 입구엔 빵과 음료수를 파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밥 생각이 없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야식이나 간식용으로 빵만한 건 없겠죠.

음식지식이 거의 전무한데다 특히 중국 음식이라 사진만 보여 드리는 수준밖에 못된듯 합니다.

다만, 중국 대학 학생식당의 분위기 정도는 음식사진들을 통해 부족하나마 공감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절강대 학생식당을 빠져 나와 기숙사를 지나 올 때쯤 이런 말이 들립니다.

"저기 기숙사 건물 몇개동은 유학생들이 지었다고 보면 될거예요."

중국 대학생에 비해 유학생 학비가 상대적으로 꽤 비싼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을 겁니다.

한국의 대학들 역시 중국 유학생 유치에 열성적인 것은 아마도 재정적 측면 때문일 것입니다.

학교이름의 수퍼마켓도 보이고 청춘들 답게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도 보였습니다.

학교 인근에도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긴 골목길이 있다고 합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들러본 그곳 풍경은 학생식당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시장판이 따로 없을 정도로 북적댔고 학생식당에서 발견 할 수 없는 먹거리들도 많았습니다.

학식의 추억에 젖다 보니 간혹 학식이 그리워 질듯 합니다.

중국 대학 만큼 메뉴가 다양하진 않겠지만, 요즘 맛있는 학생식당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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