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꽃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치매 초기증상을 보이는 80대 자산가에게 접근, 90억 원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입니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이 모(62·여)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앞서 이 씨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4년 9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자산가 A(81) 씨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씨는 A 씨와 첫 만남 당시, 그의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했습니다. 자신을 "모 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소개했는데요.

그는 매일 A 씨 집을 찾으며, 신뢰감을 쌓았습니다. A 씨의 건강을 살펴주거나 말벗이 됐습니다.

A 씨는 치매를 앓아 판단력이 흐린 상태였습니다. 이때 이 씨는 솔깃한 말로, A 씨를 유혹했습니다.

이 씨는 A 씨가 내내 고민하던 유류분 청구 소송에 대해 얘기를 꺼냈는데요. 당시 A 씨는 상속받은 재산 중 90억 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놓고, 형제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던 터였습니다.

이 씨는 "난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다"라며 "원한다면 대법원 판결도 뒤집어 줄 수 있다.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송비용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그런 이 씨를 철썩 같이 믿었습니다. "모든 재산을 A 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까지 만들었습니다. 이후 재산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씨는 "여생을 돌봐주겠다"며 A 씨를 안심시켰습니다. A 씨를 꾀어 혼인신고서를 작성, 법적 부부가 됐습니다.

이 씨는 동거남 이(75) 씨, 공범 오(61) 씨와 범행을 공모했습니다. A 씨의 90억 원대 부동산을 처분, 59억 원 상당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이 씨는 A 씨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하도록 했습니다. 대부분의 재산을 처분한 뒤 "혼인관계를 지속하면 재산상 손해가 난다"는 엉뚱한 말만 늘어놨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A 씨는 이 씨를 믿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이혼 조정이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씨는 A 씨를 떠나버렸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A 씨의 자녀들은 이 씨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친족간 재산죄의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재산가가 꽃뱀에게 당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들어간 끝에 짜고 저지른 일임을 밝혀냈습니다.

조사 결과, 이 씨는 동거남 이씨와 과거부터 사기 행각을 벌여왔습니다. 체포될 당시에는 서울 동대문의 고급 아파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지난달 중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다 끝내 삶을 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