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나의 심장은 다른 이에게 이식되면서, 숨을 쉬겠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유나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쁠 거 같다."(故 김유나 양에게 어머니가 보내는 편지 中)

미국 유학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10대 소녀가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새 삶을 주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주인공은 제주 출신 故 김유나 양(19)인데요. 유나 양은 26일(현지시각) 오전 6시께, 먼 길을 떠났습니다.

유나양은 장기이식을 통해, 많은 이를 살렸는데요. 심장과 폐, 간, 췌장 등 장기를 전 세계 7명에게 줬습니다.

피부와 혈관 등 인체 조직도 도움이 필요한 20명에게 나눠줬습니다.

유나양은 지난 21일 오전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사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동생과 함께 학교에 가던 길이었는데요.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유나양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사고 3일 만인 24일 뇌사판정을 받았습니다.

유나양은 평소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고 말하던 독실한 천주교신자였는데요.

유나양의 부모는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평소 딸이 원하던 선행(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26일, 유나양은 전 세계 27명에게 사랑을 전하고 떠났습니다.

한편 유나양의 어머니 이선경(45)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다음은 유나양의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입니다.

도착하고 너를 보니 오열을 안 할 수 없구나. 내가 너 대신 누워있었으면 좋으련만.

미국 학교 교장샘 외 여러 샘들, 친구들, 후배들, 미국 교회 지인 분들 너를 보러 와서 슬퍼하는 거 보니 그래도 우리 딸 잘 적응해서 지냈구나.

사고 전날 아빠가 너랑 카톡했다 하길래 전화하려다가 네가 담날 테스트 2개 본다며 무지 바쁘다길래 전화 안했는데 사고당일 시험도 못보고 이렇게 되어 버렸네. 진짜 네가 바뻤나보다 그날도 다른 때보다 5분 일찍 서두르다 사고를.

유나야 지금 거의 뇌사 판정을 받고 호흡기에 의존해 있는 너에게 기적을 바라고 깨어나길 기다려야 하는지 너를 편하게 보내야 하는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두렵다.

그런데 엄마가 이상한 생각을 자주 했었어. 암시를 한건지 자꾸 자식을 먼저 보내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러면서 가톨릭을 믿는 뇌병명을 갖고 힘들게 사는 17살 소녀 기사를 보게 되었어. 그 소녀아이는 뇌사상태가 되자 신자인 아버지가 생활도 어려운 형편에서 딸아이 장기기증을 선택해 여러 명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줬다는.

이 기사가 떠오르더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차마 얘기 못하고 있었고, 더 이상 너를 이렇게 두고 보는 건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싶다.

아빠랑 모든 식구들이 너를 보내주기로 결심해서 너를 바라보고 있는데 조용히 아빠가 와서 그러더라.

여보 우리 유나 장기기증 이렇게 어렵게 말하는데 엄마는 망설이지 않았어. 나도 그 생각 했는데 미안해서 말 못하고 있었다고 그렇게 하자고 바로 답했다.

엄마 아빠 잘했지.

유나가 제대로 부활의 삶을 실천 하는 거 같다. 성당 가는 거 너무 좋아했던 너였기에 이 또한 너의 장기로 새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유나가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제 모든 절차를 마치고 장기기증에 서명을 하고 보니 엄마 아빠는 후회 안한다. 뭔가를 선택해도 후회는 있기 마련이니까.

오늘 유나의 심장은 다른 이에게 이식 되면서 숨을 쉬겠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유나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쁠 거 같다.

유나야!! 그 동안 짧은 인생이었지만 행복했지?.

늘 밝고 명랑한 성격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널 예쁘게 보았는데 엄마, 아빠 칭찬도 많이 들었어. 딸 너무 예쁘고 착하다고.

엄마, 아빠도 네가 너무 착해 남친도 못사귀게 하고 그랬는데 미국 가서 좋은 친구도 사귀었다가 엄마가 슬퍼할까 봐 그만뒀다는 거 듣고 정말 미안했다.

사실 엄마 너랑 얘기 하다가 느끼고 있었는데 모른척했다. 그 친구 너의 사경 헤매는 거 애처롭게 바라보는데 얘기 했다 미안하다고.

유나. 이제 유나를 진짜 천국으로 떠나 보내야 할 시간이 돌아 왔구나. 길 잘 찾아 가고 할머니 만나서 그 동안 못다한 얘기 많이 들려주고 여기서 못다한 천국에서 기쁘게 여기서 살던 것처럼 지냈으면 좋겠네 가서 가브리엘 천사 꼭 만나라.

그 동안 고생했다. 이제껏 잘 커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이렇게 보내서 미안하다. 천국에서 모든 미련 다 버리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동생 민*, 준*이 항상 기억해야 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너를 위해 기도해주신 성당 신부님 수녀님 모든 지인 분들과 한국친구들, 미국에 널 아는 교회 목사님, 교회 관계자들, 학교 교장 선생님과 너랑 2년 가까이 지내 왔던 친구들 잊지마라. 엄마 늘 널 위해 기도한다. 사랑한다.

유나야, 사랑해.

<사진= 故 김유나 양, 김유나 양이 4학년 때 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