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세대학교'에 성추행 사과문 대자보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실명 사과문입니다.

20일 연세대 총여학생 측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 학교 2학년 A씨가 실명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소속학과, 학년까지 모두 썼습니다.

A씨는 원고지 6장 분량의 대자보에서 "지난 9월 학우에게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이 있어 사과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피해자와 술자리를 함께한 뒤 피해자가 잠든 사이 동의 없이 신체 접촉을 하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이용한 강도 높은 성폭력 가해를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주체성을 무시한 채 이뤄진 폭력적 행동이었고 이는 어떤 설명이나 변명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피해자는 큰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겪었고 책임은 온전히 가해자인 저에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가해자인 제가 학내 현안과 진보적 의제, 성평등센터 교육에 적극 참여해 활동한 이력 때문에 피해자가 저에게 신뢰를 가졌고, 이 때문에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절망감은 더욱 클 것"이라고 미안함을 드러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도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 사이에서도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며 "피해자의 의지가 소모적 추론과 추문으로 가려지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사과문은 피해자와 총학생회가 공개사과를 요구해 작성됐습니다. 사법처리는 사과문과 상관없이 진행됩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강제추행'이라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는 중단되지 않습니다.

한편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연합뉴스'를 통해 "피해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가해자 개인을 문제화한 것을 넘어 성폭력이 학내에서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칙에 따른 공식 절차를 밟아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라 전했습니다.

<사진출처=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