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여배우 A씨. 최근 드라마 출연을 결정지었다. 극중 그가 맡은 역할은 재벌가 며느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초절정 럭셔리 여성을 표현해야 한다. 이에 A씨가 생각한 소품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백. 개당 1,000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이다. A씨는 샤넬에 협찬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소속사에 구입을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 결국 A씨는 자비로 샤넬백을 구입했고, 드라마 소품으로 활용했다.
A씨의 샤넬백, 필요경비일까? 아니면 개인지출일까.
A씨의 이야기는 가상이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사례다. 그 만큼 필요경비는 주관적이다. '연예활동을 하는데 쓰였다'라고 생각되면 필요경비로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저건 연예활동이 아니라 사치'라고 판단내려지면 세금누락이 된다.
최근 연예계 화두로 떠오른 탈세 논란. 강호동과 김아중의 사례도 A씨의 경우와 무관하지 않다. 두 사람은 "활동을 위해 쓴 돈이니 경비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이며, 국세청은 "활동과 무관한 소비지출이니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종합소득세는 '매출'에서 '경비'를 뺀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세금을 축소하는 방법은 단 2가지. 매출을 줄이거나, 경비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매출을 속이면 탈세의 위험이 있다. 이에 일부 스타들은 경비를 늘려 세금을 줄인다. 강호동과 김아중처럼….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허와 실을 파헤쳤다.
◆ How To Live 탈세…"경비를 늘려라"
<사례1>. 톱스타 B씨. 연간 매출은 20억이다. 국세청에서 인정하는 기준경비율(26.4%)에 따르면 B씨는 5억여 원을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B씨는 매출(20)에서 기준경비(5)를 뺀 15억 원에 대한 세금을 내면 된다. 15억 원에 대한 세금(35.5%)은 5억여 원이다.
하지만 B씨는 세금 5억 원이 아깝다. 이에 경비를 늘린다. 온갖 영수증을 끌어모아 필요경비를 10억 원으로 뻥튀겼다. 소득은 자연히 10억 원으로 줄어 들었고, 그는 3억 5,000만 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경비를 허위로 늘려 1억 5,000만 원을 아낀 것이다.
소득금액을 줄이기 위한 첫번째 방법. 필요경비를 늘리는 것이다. 필요경비란 총수익금, 즉 매출을 올리는데 소요된 경비 일체를 말한다. 종합소득세가 총수입금에서 필요경비를 제한 실질소득에 대한 세금이기에 일부 연예인들은 필요경비를 늘려 세금을 축소시킨다.
물론 국세청에서는 기준경비율에 따라 필요경비를 인정한다. 톱스타는 총수입의 26.4%까지를 경비로 공제받을 수 있다. 즉, 10억 원을 버는 스타라면 2억 6,400만 원은 경비 인정을 받아 나머지 금액 7억 3,600만 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문제는 기준경비율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 스타가 있다는 것. 일부 톱스타의 경우 온갖 비용을 필요경비로 신고해 세금을 줄이는 편법을 자행한다. 예를 들어 회식비, 주유비는 물론, 화장품, 옷, 구두, 가방 등을 사는데 들어간 돈도 경비로 처리한다. '품위유지'를 위해 쓰인 돈이기에 '경비'라는 핑계를 댄다.
그러나 연예인이 필요경비를 100% 지출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 연예 관계자는 "1인 기업은 스타가 곧 오너라 경비의 범위가 모호하다. 하지만 소속 연예인의 경우 대부분 소속사에서 경비를 집행한다. 이에 세금축소를 위해 개인지출을 필요경비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How To Live 탈세…매출을 숨겨라"
<사례2>. 인기스타 C씨. 본업은 예능인이다. 방송활동을 위주로 하지만 행사비 또는 거마비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다. C씨의 행사몸값은 2,000만 원 내외. 그러나 이번 행사에는 크게 인심을 발휘한다. 에이전트가 잘 아는 동생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C씨의 조건은 개런티 1500만 원. 단 전액 현금처리다. 원천징수는 에이전트에게 떠넘긴다. 대신 에이전트는 주최측으로 부터 섭외비용 2,000만 원은 받는다. 그 중 현금 1,500만 원을 C에게 넘기고 자신은 5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기며, 덤으로 세금까지 떠맡는다.
톱스타가 세금폭탄을 피하는 두번째 방법, 총수입 줄이기다. 수입을 줄이는 방법은 산술적으로만 간단하다. 매출을 누락시키면 된다. 방송 외 활동이 많은 예능인 혹은 가수의 경우라면 더 쉽다. 행사비나 거마비 등을 개인 주머니에 슬쩍 넣는 것이다.
주로 개인 에이전트가 중간에 끼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세율은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돈이라도 에이전트가 세금을 떠맡는게 유리하다. 또한 연예인은 행사비용을 현금으로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하지만 이는 리스크가 상당하다. 고의로 매출을 누락시킨 것이기에 세무조사가 진행되면 탈세로 분류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대부분의 톱스타는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만약 현금 거래를 한다면 정말 믿는 사람이 개입돼 있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현금거래가 아니라면 매출누락은 고의보다는 실수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개런티에 관한 부분은 연예인, 소속사, 광고주 등이 동시에 세금 신고를 한다. 만약 연예인 본인만 신고를 안했다면 정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매출누락에 따른 가산세를 더 물어야 한다.
◆ "스타의 양심+법의 융통성 필요해"
스타들도 할 말은 있다. 필요경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이에 절세와 탈세 사이를 넘나든다. 예를 들어 스타가 쓴 돈이 연예활동으로 인정되면 이는 절세의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그 돈이 개인소비로 판단될 경우에는 포괄적 의미에서 탈세가 된다.
한 톱스타 매니저는 "한 배우가 개인비용으로 스태프 회식을 주도했다. 이건 배우 입장에서 경비다. 촬영장 분위기를 위해 쓴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이를 배우 개인의 소비로 간주하면 세금누락이 된다. 세금이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배용준의 사례를 보면 경비처리에 대한 극단의 시선을 알 수 있다. 배용준은 지난 2005년 총수입 238억 원 중 74억 2,000만 원을 필요경비로 신고했다. 그러나 세무서의 판단은 달랐다. 경비는 회사가 집행했기에 배용준의 지출은 개인소비라는 것. 이에 23억 2,000만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문제는 일부 비양심적 스타의 과다한 필요경비 계상에 있다. 세금을 줄이겠다는 일념 하에 개인적 소비 및 사치를 위한 지출까지 경비에 포함시키는 경우다. 필요경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은 반대로 개인의 양심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악용될 요소가 아닌 양심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잡음을 없애기 위한 현실적 개선방안도 필요하다. 표준계약서에 따라 경비를 나누고, 수익을 정산한다면 세금관리는 보다 투명해질 것이다. 동시에 법의 융통성도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필요경비에 대한 확실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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