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이들은 전체 인류의 1%, 연쇄살인마의 99%, 연쇄 성폭행범의 40%에 해당한다.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하거나, 매력적인 사람들. 하지만 이윽고 돌변해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저지르곤 한다.

지난 2007년 7월 21일 방송된 SBS-TV '그것이 알고싶다' 437회. 사이코패스 정남규와 엄여인의 이야기를 다뤄 레전드 방송으로 꼽히고 있다.

'그알 레전드' 2탄, 이번에는 엄여인 편이다.

다음은 2000년 5월부터 2005년 2월, 약 5년 간 엄 씨가 저지른 범죄다.

1. 남편 2명에게 술을 먹인 후, 주사기로 눈을 찔러 실명시킴.

2. 자신의 친어머니, 오빠도 같은 수법으로 실명시킴.

3.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남동생을 죽게 만듦.

4. 가사도우미 강 씨의 집에 불을 지름. 이 때문에 강 씨의 남편은 숨졌고, 아들은 부상을 입음.

그렇게 챙긴 보험금은 약 5억 9,000여 만원.

엄 씨는 경찰에 마약에 중독돼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약을 샀었어요 그 때" (엄여인)

"무슨 약요?" (경찰)

"마약요. 제가 좀 힘들어하고 괴롭고 많이 짜증스러웠을 때, 옆에 있던 어떤 아줌마가 가르쳐줘서 시작하게 됐어요." (엄여인)

하지만 이 진술은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엄 씨와 혼인신고한 지 2달 만에 살해당한 남자, 홍 씨. 그의 누나는 "전혀 마약에 중독됐다는 건 못 느꼈다"고 증언했다.

수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건 지인들도 마찬가지. 사망한 홍 씨의 지인은 "자기가 사망한 남편하고 영혼 결혼식까지 한다고 하더라. 얼마나 고마웠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마약반응 시약 검사 결과, 복용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엄 씨의 국선 변호인 역시 "마약복용자라든가, 정신 이상자라고는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엄 씨는 왜 '마약' 핑계를 댔을까. 전문가들은 심신 미약을 근거로, 감형을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마 여자 같은 경우에는 경계선 인격장애라고 할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신경이 예민해져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건 형사책임과 관계 없거든요. 그리고 이 사람은 사이코패스라고 정의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 이수정 교수)

실제로 엄 씨는 사이코패스 진단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다.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인 것. 그가 저지른 범죄 역시 계획적이고 치밀했다.

특히 2번째 남편과 사는 10달 동안은 주변 지인 모두를 속였다.

"덕성여대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했고, 리라 유치원 교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고졸이더라.

그리고 자기 엄마가 10억 정도 있다고 하더라.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사망한 2번째 남편의 지인)

심지어 2번째 남편을 살해한 후에는 일종의 '쇼'까지 선보였다. 남편과 영혼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한 것. 하지만 그녀는 장례식을 치르고, 보험금을 수령한 뒤 잠적했다.

2005년 2월 1일에는 가사도우미 강 씨의 집에 불을 지른다. 이 화재로 강씨의 남편이 사망한다.

"불쌍한 사람 갈 데 없대서 도와준 건데 우리 집에 화재를 냈다는 게 용서할 수 없다. 그 여자가 사람이 맞나 싶었다." (강씨의 딸)

5년 간 그녀가 저지른 범죄는 존속 중상해, 방화치상, 강도사기 등 무려 10가지 항목 24가지 행위에 이른다고.

결국 법원은 엄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엄여인이 혹시 탈옥하거나, 출소해 자신들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