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 소설가 신경숙 표절논란에 대한 이런 저런 기사들이 눈에 박힌다. 그의 소설은 읽은 바 없지만 이름과 작품은 너무나 익숙하다. 80년대 후반 학교를 다녔고 글쟁이를 꿈꾸기도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감히 글을 쓴다고 기웃기웃 대던 20대 시절, 나름 습작을 했던 시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가가 되고 싶으냐? 책을 많이 읽어라. 좋은 작품을 많이 베껴써라. 어느 순간 글실력이 훌쩍 늘 것이다.

진짜 소설가가 되고 싶으냐? 남의 소설을 절대 읽지 마라. 나중에 무의식적으로라도 튀어 나올지 모른다.>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버릇은 이때부터 생겼는지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소설 하나 써낸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글쓰는 사람이 읽는 남의 글 속의 좋은 문장은 보통 사람이 읽는 것과 다를 것이다.

그나마 유명소설가이기에 표절, 베끼기 논란의 중심에라도 선다. 매일 일회용품처럼 소비되는 기사는 오타까지 베껴가는 세상이 와도 그닥 충격받는 사람들도 없다.

최근엔 큐레이션이 대세가 되면서 뉴스의 소스찾기와 콘텐츠의 편집, 재조합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남의 것을 베끼거나 잘 재조합해서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큐레이션이 대세를 이루면서 미디어의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 휘발성과 폭발력을 감지한 곳들은 이미 따라하기에 동참했다.

큐레이션이 대단히 새로워 보이는가? 사실 소스찾기와 재조합을 통해 마치 창조처럼 포장하는 기술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그 중심엔 당연히 글쓰는 이들이 있었던 것 아닐까.

습작시절 한가지 추억을 더 더듬어 보자. 한 유명 문학평론가가 소설가 지망생들을 교육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고전을 읽어라.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라. 소설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고전에 강하면 적어도 글쟁이로 굶어죽진 않는다.>

오래된 고전을 뒤져 소스를 찾는다. 적당한 상상력을 버무려 재편집 한다. 트렌드에 맞게 조미 좀 해주면 금상첨화다. 시나리오, 소설, 영화, 드라마. 흥행만 되면 무엇이 되든 무슨 상관인가. <사진=미디어오늘 신경숙 관련기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