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한국에서의 한 골프대회에 참가했던 잉글랜드 골프영웅 리 웨스트우드(가운데)는 라운딩 도중 주변 갤러리들에게 극도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카메라 셔터소리에 그는 "골프를 망쳤다"며 대회조직위에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였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카메라와 핸드폰 셔터소리로 악명 높은 우리의 저속한 갤러리 문화의 파문을 잠재우기는 했습니다만. 당시 이 사건은 한국 갤러리 문화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국제적 망신이었습니다.

 

 

지난 해 가을, 이맘때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골프장에 들어서는 갤러리들로 하여금 사전에 핸드폰을 대회조직위에 맡기게 끔 유도한 골프대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갤러리 존' 운영으로 큰 호응을 얻었던 CJ 인비테이셔널이었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골프스타 최경주(42, SK 텔레콤)의 이름을 건 CJ 인비테이셔널은 '아름다운 갤러리 존' 운영을 통해 이른바 "소음 없는 골프대회"를 표방해 수준 높은 갤러리 문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핸드폰을 맡긴 갤러리들에게는 뱃지와 생수 등을 제공했는데요. 갤러리들의 호응도 컸습니다.

 

 

실제, 지난 해 이 대회에는...

 

 

 

그동안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핸드폰 소음'이 사라졌습니다. 갤러리들의 손에는 카메라와 핸드폰 대신 골퍼들에게 보내는 박수와 함성소리만 가득했습니다. 그 외 들려오는 건, 새들의 울음소리 밖에 없었습니다. 각종 소음에 익숙한 우리 갤러리들에게는 대 변혁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1년 후...!

 

 

 

'2012 CJ 인비테이셔널'이 또 다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는데요.

달라진 건 뭐고. 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그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약간(?) 험상궂은 외모의 '탱크' 최경주가..

 

 

 

이렇게 생글생글..

 

 

 

'방실방실' 웃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샷 하나에 돈 수억이 왔다갔다 하는 데도. 이렇듯 냉정한 평정심을 잃어(?) 버리고,

특유의 화통을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 내막이 대체 뭘까요?

 

 

1년 전, 똑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2번홀(파5)에 도착한 최경주가 갑자기..

 

 

 

- 우후~, 돌아버릴것 같아요..

 

왜,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걸까요.

 

 

이유는?

 

 

 

'담배연기'였습니다. 이 때 최경주가 한 말이 기억이 납니다. "담배를 피웠던 사람으로써 저는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담배를 끊어보니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얼마나 독하고 고약한지..." 실제 최경주는 12년전 담배를 끊었고. 지금도 역시 비흡연자로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1년 후 최경주는...

 

 

 

라운딩하는 동료와의 사이에서 더이상 인상을 찌푸릴 일이 사라졌습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골퍼들의 흡연만 사라진걸까요. 아니면, 골프장 전체에서 담배연기가 사라진걸까요?

 

 

그렇습니다...

 

 

 

지난 2011년 대회의 주요 테마가 '소음없는 대회'였다면.

이번 2012 CJ 인비테이셜의 주요 테마는 바로 '담배연기 없는 대회'였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골프장에 들어서는 갤러리들로 하여금 사전에 담배와 라이터를 맡기게 끔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담배와 라이터를 맡긴 갤러리들에게는 소정의 기념품(뱃지와 우산 등)과 생수 등이 지급되고 있는데요. 중요한 건, 강제사항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발적 참여인거죠.

 

 

더욱 주시해야 할 점은...

 

 

 

무려 4시간 여의 라운딩을 쫓는 갤러리들 중에서. "더이상은 못 참겠다"며 호주머니 속 담배와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는 흡연자들은 어디, 어느곳에서 담배 한 개피를 입에 가져갈 수 있을까요.

 

 

 

한 남자가 들어가는 이곳은..

 

 

 

화장실?

 

 

그곳은 바로..

 

 

 

'흡연' 갤러리들을 위한..

 

 

 

'흡연구역'이었습니다.

 

 

 

마치, 작은 카페처럼 장식된 이곳은..

 

 

 

"더이상 못 참겠다"는 흡연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흡연구역 흡연실인데요.

 

 

그 속에는...

 

 

 

재떨이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시설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한 곳이 아니었는데요...!

 

 

 

라운딩이 시작되고 끝나는 클럽하우스 근처와..

 

 

 

그 외 두 곳의 코스 중간에 흡연구역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무쏘의 뿔', 최경주...

 

 

 

사실, 4일 경기도 여주군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린 CJ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는 '담배 연기 없는 대회'를 모토로 치러진 그 서막이었는데요. 여기에는 이 대회 공동 주최자인 최경주의 절대적인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라운딩을 하면서 담배를 피웠는데 동반자가 연기 때문에 경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 이를 계기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2000년 담배를 끊은 이후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며 금연 약속을 지키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 및 갤러리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유럽 투어 대회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금연을 강요한 것은 아닙니다.

흡연실 설치와 '담배 맡기고 입장하기' 등을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유도한 게 특징인데요. 대회조직위는 대회장 입장 시 담배와 라이터를 맡긴 갤러리에게는 모자와 우산, 생수 등을 선물했고, 100여 명의 갤러리가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습니다.

 

 

1라운드 종료 후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 코스에 버려진 꽁초 3개를 주웠다"는 말로 입을 연 최경주는, "미국이나 유럽이 흡연이 자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많은 갤러리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곤 한다"며 지적했습니다.

 

 

또한 최경주는...


 

 

"특히 우리나라는 2015년 프레지던츠컵(미국 대표팀과 유럽 제외 인터내셔널 대표팀 간의 대항전) 개최 예정국이다. 갤러리 문화 발전을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유였을까요?!

 

 

 

대회장 주변은 담배꽁초와 담배연기가 실종된..

 

 

 

청정구역으로 거듭나는 것이었습니다. 청소하는 아저씨의 수고를 덜어준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선진화된 골프문화를 만들자"...!!

 

 

 

'행복한 기부천사' '탱크' 최경주가 선사한 바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소음 없는 골프대회'를 넘어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골프대회'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선진 골프문화. 그렇게 CJ 인비테이셔널의 첫 날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최경주는 2언더파 69타로 무난한 1라운딩을 마쳤습니다. 4일, 경기도 여주군 해슬리 나인브릿지였습니다.

 

 

글·사진 / [줌인스포츠(여주)=강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