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새 수장을 맞이할 덕아웃 감독석에 걸린 대형 문구가 의미심장합니다. 모그룹의 한 주력 사업분야가 '2012년 10월, 새출발합니다'라는 내용인데요. 때를 같이해 한화는 10월에 새로운 감독을 맞이했습니다.
'코끼리 아저씨'로 유명한...
전 해태 감독이자, 삼성 감독과 사장을 지낸 신임 김응용(70, 왼쪽) 감독이었습니다. 한화 노재덕 단장의 안내로 대전구장에 첫 발을 내디딘 김응용 감독의 표정은 무척 밝아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70대 노인(?)'이라 평하기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건장하고 당당한 발걸음이었습니다.
약 20~30분, 노재덕 단장과 환담을 나눈 김응용 감독은 이후 곧장 그라운드로 향했는데요.
사실, 분위기가 약간 그러그러 했습니다...
불과 일주일전까지 한화 이글스의 감독대행으로 활약했던 한용덕(오른쪽) 전 감독대행이 덕아웃에서 김응용 감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용덕 감독대행 또한 한화의 새 감독으로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이었던지라 두 사람의 만남은 살짝 어색한 분위기였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일. 야구의 대선배이자 후배로 만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날 김응용 감독을 비롯해 한용덕 감독대행과 몇몇 코치들은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이유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을까요?
잠시 그라운드를 살피며 회상에 잠긴 김응용 감독..
앗!!
지대한 '카리스마', 코끼리 아저씨의 입가에 미소가..
그라운드 복귀가 꿈만 같았는지, 실로 '지대한 카리스마' 김응용 감독의 입가에선 뜻모를 애잔한 미소가 넘쳤습니다. "내가 야구장에 다시 설 수 있다니...". 이런 의미 아니었을까요.
후배들아 반갑다!
정영기(왼쪽) 전 2군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김응용 감독..
그런데 말입니다...
그라운드 복귀를 자축하며 즐거운 미소를 띄우던 김응용 감독이..
갑자기, 험상궂은 발언을...?
- 한화 이글스, 이대로는 우승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대전구장 좌측펜스는 97m.]
대전구장에 첫 발을 내디딘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한화가 우승하기 어렵다니.
대전구장 우측펜스도 97m.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사실은 김응용 감독의 말을 듣고 새삼 그 사실을 깨닭게 되었는데요. 대전구장의 펜스 중앙은 겨우 114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야구장 펜스 중앙은 120~125m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새삼 대전구장의 가운데가 114m에 불과했습니다.
김응용 감독은...
"대전구장의 정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14m밖에 안된다. 이런 야구장은 어딨나. 이렇게 좁은 경기장을 가지고 우승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김 감독은 작은 운동장에서는 외야수들이 타구를 쫓아가다가 갑자기 멈춰야 하는 등 불안한 요소가 쌓이면 경기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김 감독은...
"중앙 펜스간 거리가 125m까지 확보된다면 최상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금 대전구장은 빠른 시일내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제대로 된 '김응용식 야구'를 보고 싶으면 기본적인 인프라부터 구축하라는 첫 요구사항이었던거죠.
이렇듯...
첫 날부터 여전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코끼리 아저씨' 김응용 감독은 기자들과의 스탠딩 인터뷰에 응한 후 서둘러 시내 모처로 점심식사를 위해 출발했는데요.
이에 대해 한화 구단 관계자는 "대전구장 외야 바로 뒤쪽에 대전시교육청이 조성한 스승의 공원이 있기 때문에 확장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사실은...?!
구단이 김응용 감독을 대하는 자세도 한차원 높아졌다는 겁니다. 고급 승용차로 극진히 모시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만큼 우승을 향한 대변혁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현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여전한 카리스마 '코끼리' 김응용 감독의 대전구장 출근 첫 날 이모저모. 10일, 대전이었습니다.
글·사진 / [디스패치 줌인스포츠(대전)=강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