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랜 기간 어느 큰 대회 개회식을 준비한 것 처럼 리모델링의 흔적이 곳곳에 역력했다. 청명한 가을하늘 만큼이나 원주종합운동장은 저멀리 치악산의 정기를 벗삼아 그렇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무려 17년 만에 다시 치뤄지는 또한,
강원FC 창단 5년만에 처음 치뤄지는, 프로축구 두 번째 경기인지라 원주시의 리모델링에 대한 노력과 정성은 실로 대단했다. 관중석 의자 하나하나에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사전 대청소가 이뤄진 것은 물론..
물론...?
관중석 사이를 잇는 계단 통로에는,
화사한 파란색 페인트 칠이 눈길을 끌었다.
누구의 참신한 아이디어인지...
원주종합운동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밝고 화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었다...!
본부석과 일반석을 잇는 '나무 다리'는 정겨움을 더하고 있었다.
또 하나...
무엇보다..
엘리베이터를 통한 장애인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구석구석 애쓴 노력의 결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었던...
국내 최상급의 '천연잔디'란..
사실,
이 최상급 찬연잔디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져 있었다.
어떤 사연일까...?
"원주종합운동장 잔디상태는 괜찮은가요?"
지난 30R 대전 원정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둔 강원 선수들은 다음날 하루 짧은 휴식을 가진 뒤 10월 5일 원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경남과의 홈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강원FC 창단 이래 처음으로 갖는 원주 홈경기였기에 선수들은 의욕도, 궁금증도 넘쳤다. 몇몇 선수들은 경기장 잔디상태가 괜찮은지 궁금해 구단프론트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구단프론트는 대답대신 스마트폰에 찍어 보관하고 있던 원주종합운동장 잔디 사진을 보여줬다. 이를 본 선수들 역시 대답대신 웃었다. 파릇파릇한 잔디가 한눈에 보이는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원주시 문화체육사업소(소장 김주섭)는 원주홈경기 개최 준비단계에 들어선 지난 6월부터 잔디생육 관리에 힘쓰기 시작했다. 1996년 6월 22일 안양 대 울산 경기 이후 17년 만에 다시 열리는 K리그 경기가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순간이, 또 원주시민들에게는 축제의 한마당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영서지방 폭염 속에서도 잔디가 병이 들지 않도록 영양제 공급과 제초에 신경을 썼다. 원주 홈경기 개최 일주일 전에는 K팝 콘서트가 열렸지만 망가진 부분은 신속하게 보식작업을 진행해 최고의 잔디상태를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강릉시청에서는 강릉시 문화체육관리사무소 직원을 파견해 힘을 보탰다. K리그 경기를 처음 치르는 원주시를 위해 강릉시 직원들이 홈경기 준비작업을 돕기 위해 원주까지 출장을 왔다. K리그 경기 규격에 맞게 라인을 마킹하고 골망설치 작업 등을 도왔다. 강원FC와 강릉시청 경기가 번갈아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늘 최상의 잔디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비법도 함께 전수했다.
강원FC 임은주 대표이사는 "강원FC가 영동과 영서지방의 화합을 위해 'Great Union'이라는 기치를 걸고 창단했는데, 이번 원주 홈경기를 통해 창단 당시의 이념을 재확인하게 돼 무척 뿌듯하다"며 "최고의 홈경기 진행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원주시청 직원들과 발벗고 나서 도와준 강릉시청 직원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역사적인 원주 첫 홈경기를 창출해낸 '산파역' 두 인물이 있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강원FC의 역사적인 원주 첫 홈경기를 탄생하기까지 열과 성을 다한 두 인물, 강원FC임은주(왼쪽) 대표와 원창묵 원주시장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조명시설이 없어 외면받던 원주종합운동장에서의 강원FC 홈경기 개최를 강력히 희망해 온 원창묵 원주시장이었고, 이를 흔쾌히 수락해 영동과 영서 즉, '동서(東西) 대화합의 장'으로 응답한 게 임은주 대표였던 것.
실로...
K리그 전체 구단 중 막내격인 강원FC는,
아주 독특한 내막을 간직한채 탄생한 팀이다. 도민구단이란 속성도 있지만, 지역적 특성을 배려하기 위해 이른바 '홈구장이 여러 곳'이었다. 춘천, 원주, 강릉 이렇게 세 지역에서 홈경기를 치룰 수 있도록 시작된 팀이었다.
하지만, 창단 5년 동안 원주에서 단 한 차례의 경기가 없었다. 조명시설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 열악한 잔디상태 또한 그 다음 이유로 꼽혔다. 결국, 창단 5년만에 그야말로 역사적인 원주 첫 홈경기가 이제서야 열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었다.
또 하나, 재미난 사실은...?
사정이 그렇다보니,
다시말해 홈경기를 한 곳이 아닌 두 세 곳에서 치뤄야하는 특성을 가진 팀이다보니, 프론트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간단한(?) A보드 하나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한번은 강릉에서, 또 한번은 춘천에서 그리고 원주로 이어지는 철새프론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이랴...
임은주 대표 부임 이전까지,
프론트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해 결혼을 한 전략기획팀 박성한(왼쪽) 과장도 결혼식 당일 다시 현장에 복귀해 이튿날 경기를 마친 후, 그리고 그 다음날 신혼여행을 떠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앴다.
아울러...
쉬는날 없이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는 일벌레,
운영팀 최태원(오른쪽) 부장도..
그리고...
업무 특성상 책상을 지키고 있는 게 옳을 법한,
총무팀 김태현(왼쪽) 팀장도..
특히...
고위 공직 자리를 마다하고 가시밭길 현장을 택한 이송학 사무처장.
이송학 사무처장은 원래 강원도에서 파견한 공직자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강원FC의 미래와 함께하겠다며 소위 '그 좋다는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온 뚝심 강원FC맨으로 유명하다. 이 처장은 초대 김원동, 두번째 남종현, 세번째 임은주 대표를 맞이하고 있는 강원FC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이 모든 프론트가 거의 1인 2~3인 역 이상을 하는 '인고의 세월'이었다.
다행히...?!
임은주(오른쪽) 대표는,
부임 후 이러한 강원FC 맨파워의 부족을 절감하고 인력을 충원했다. 뿐만 아니라, 흐트러져 있던 조직의 틀을 갖추기 위해 동분서주, 현재는 어느팀 못지 않은 탄탄한 조직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직은 전문성이다"는 임 대표의 지론에 따라...
근래 입사한 홍보팀 막내 김효진씨는 열심히 동영상 촬영에 열을 올렸고,
홍보마케팅 전쟁에서 뒤쳐지면 안된다는 역시, 임은주 대표의 지시에 따라 각종 동영상을 웹에 구현하는 등 전문성 정착에 박차를 기하고 있는 강원FC의 현재가 아닐 수 없다.
돌아온 '괴물'이 있다. 누구...?
경찰청 군 제대를 한,
강원FC 원년멤버인 김영후였다.
- 오늘 컨티션은?
- 컨디션은 좋은데, 감독님이 써주실지 모르겠어요..
결국 김영후는 후반 막바지 교체투입 되었고,
아쉽게도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강원으로 복귀한 첫 출전이었다.
오후 2시,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원주종합운동장 앞은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였다.
"얼마나 많은 관중들이 올까?"...
혹,
관중석이 텅텅 비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강원 구단관계자와 원주시 관계자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강원FC 구단주인 최문순(왼쪽) 강원도지사는 관중석을 향해,
연신 머리를 숙이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원주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원창묵(오른쪽) 원주시장 또한,
"이렇게 많은분들이 오실 줄 예상치 못했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역사적인 원주 첫 홈경기를 축하하는 것이었다.
관중 숫자는 얼마나 됐을까...?
가득찬 본부석과..
역시, 가득찬 건너편 관중석 모두를 포함해..
포함해, 무려...?
1만4백5십6명이 입장을 했다.
이 숫자는, 강원FC 창단 첫 해인 지난 2009년 초창기 그야말로 '잘 나갈 때'에 버금하는 많은 숫자였고, 그만큼 원주시민들의 관심이 컸다는 얘기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노력의 결과였을까.
이전, 30라운드 경기에서...
[경기직전, 김용갑(왼쪽) 강원 감독이 최진호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대전을 물리치고,
기세가 오른 강원FC는 실로 오래간만에 '2연승'을 향해 질주했다.
그 첫번째 주인공은...
강원의 새로운 구세주,..
김봉진(아래 가운데)이었다.
김봉진은 이전 대전 원정에서도 골을 터트리는 등 김용갑 감독의 믿음에 가장 화끈하게 답을 한 선수였다. 결국, 김봉진은 K리그 위클리 베스트 주간 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두번째 주인공은...
'도끼' 김동기(오른쪽)였다.
평소 골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주변을 무색하게 만든 기가막힌 헤딩골이었다.
그리고, 그건...
2-1 승리의 결승골이었으니..
- 감독님!
김용갑 감독...
- 그래 동기야, 오늘 저녁 오징어회에 사이다 한잔하자..
눈여겨 볼, 일이 하나 있었다...?!
좋아하는 서포터즈 나르샤는 당연했지만..
진짜, 무려..
무려...?
다섯 바퀴 반복된, 파도타기 응원 탓(?)에..
그만...
- 온다, 온다..
최문순(오른쪽) 구단주와 원창묵 원주시장.
체면 차릴 것도 없이..
체면 그 딴 거, 다 필요 없이...?
- 이겼다!!
지난 5일 오후...
경남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둔 강원FC의 2연승은 그렇게,
기분좋게 막을 내리는 것이었다. 경기를 마친 강원FC 선수들이 관중석을 찾아 성원에 답하고 있다.
기분파, 임은주 강원 대표...
- 좋아요..
- 잘했어요~
사실...
"한번의 경기, 한번의 승리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냐"며 반문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강원FC의 역사적인 원주 첫 홈경기는 단순한 경기 그리고 승리 그 이상이었다. 다시 강조하는 바 그건, 축구를 통한 '동서의 대화합'이었다는 점에서, 또한 그 첫단추를 잘 꿰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임은주 대표와 원창묵 원주시장의 악수에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빠른 시일내 조명시설을 갖추겠다"는 약속도 오간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강원FC는...?!
27일 오후 2시 춘천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지는,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전남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강원은 현재 전체 순위 13위 승점 23점으로, 12위 대구(25점)와 2점차 피말리는 강등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A매치 기간이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이번주 첫 혈투에서 강원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5일 오후, 강원과 경남의 원주종합운동장이었다.
디스패치 줌인스포츠(원주)=강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