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결혼 약속을 여러 차례 번복하던 남자친구에게 또 다른 여성이 있었다. 임신한 사연자는 결국 미혼모가 됐다며 이 남자친구에게 법적으로 보상받고 싶다고 털어놨다.

26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남자친구의 무책임한 태도로 아이를 혼자 낳고 키워야 하는 상황에 닥친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술을 마시다 테이블 합석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친구와 처음 만났다. 잘 맞았던 두 사람은 '사귀자' '결혼하자' 약속은 없었지만, 연인처럼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 데이트를 했다.

A씨는 당연히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최선을 다했고, 만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임신하게 됐다. 이후 A씨는 남자친구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결혼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당시 남자친구는 당황했지만, 이를 승낙했다고. 그러나 몇 시간 뒤 "우린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 나는 사귀자고 한 적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 A씨를 황당하게 했다.

A씨는 "며칠 후엔 결혼한다고 말하더니 또 며칠 후엔 엄마가 반대해서 결혼할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번복하는 남자친구 탓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A씨의 배가 불러올 동안, 남자친구는 여전히 결혼을 결심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그에겐 동거하는 또 다른 여성이 있었던 것.

결국 A씨는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아 미혼모가 됐다. A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남자친구는 피하기 급급했다"며 "이젠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아이 아빠로서 역할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임신과 출산으로 입은 손해를 남자에게 돈으로라도 배상받고 싶다. 나는 직장도 그만뒀고, 앞으로 아이와 살아가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해야 한다. 남자에게 어떤 법적 요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백수현 변호사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는 부모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며 "해당 남성이 자녀의 친부임에도 인지를 거부하거나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면, 법원에 인지청구해서 해당 남성의 친생자로 확인받고 양육비를 청구해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손해 배상도 가능할까. 백 변호사는 "두 사람 사이에 혼인하기로 한 합의, 즉 '약혼'이 성립됐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약혼이 이뤄졌는데 이를 부당하게 파기한 경우라면,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면, 혼인을 강제할 수 없으므로 혼인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는 '당사자 간 혼인하기로 한 진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전제로 상견례 유무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서 임신, 출산, 성관계 여부는 중요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게 백 변호사의 설명이다.

즉, A씨의 경우 양가 상견례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 법원의 판단기준에서는 약혼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결혼을 거부한 남성에게 약혼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어렵다.

남성이 다른 여성을 만나면서 A씨를 임신하게 한 부분의 법적 책임 가능성은 어떨까.

백 변호사는 "해당 남성이 마치 결혼할 것처럼 속여 A씨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봐야 한다. 만약 상대 남성의 기망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백 변호사는 "임신과 출산 과정이 축복이 아니라 책임 공방이 돼버린 것이 안타깝다"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선택한 것, 용기 있는 결정에 위로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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