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극적인 16강 진출을 일군 한국 축구대표팀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듯 단체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했다. 이는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니었는데, 선수들은 마치 짠 듯이 한 몸처럼 움직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후반 46분에 터진 황희찬의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짜릿한 승리를 따낸 한국은 1승1무1패(승점 4‧골득실 0‧4득점)를 기록, 우루과이(1승1무1패·승점 4‧골득실 0‧2득점)를 다득점에서 앞서며 조 2위에 올라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다.

한국이 16강에 오르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2-1로 잡은 뒤에도 아직 16강 진출이 확정된 건 아니었다. 2-0으로 진행 중이던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그대로 종료돼야 했다. 우루과이가 추가로 득점에 성공한다면 우리가 골득실에서 밀릴 수 있으니 더 넣으면 곤란했다.

그래서 선수들은 그라운드 복판에서 스크럼을 짜고 모여 앉아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이후 우루과이의 2-0 승리로 경기가 종료된 것을 확인하자 선수들은 곧바로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이후 선수들은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선수들은 골대 뒤 한국 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과 손이 맞잡아졌고 그라운드 위에서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했다.

이는 2002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함께했던 세리머니다. 이후 8강과 4강을 확정될 때도 경기 종료마다 이 세리머니가 나와, 2002 월드컵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 됐다.

이날 선수들은 누가 제안하지 않았음에도 완벽한 호흡으로 이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조규성(전북)은 믹스트존에서 "누가 먼저 제안하고 그런 게 아니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됐다"며 웃었다.

이어 "원래 우는 스타일은 아닌데,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하면서 너무 감격해 눈물이 났다"고도 전했다.

한편 2002년처럼 차두리와 이천수가 그랬던 것처럼, 태극기를 높이 들고 펄럭이는 세리머니도 재현됐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황희찬(울버햄튼)은 태극기와 함께 환호하며 관중석을 돌아, 경기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안영준 기자 (tree@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뉴스1. 해당글은 제휴매체의 기사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