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믿기 힘든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어머니 김모(52) 씨와 함께 이곳을 찾았던 김모(15) 군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건데요.
기적적으로 생존한 김 씨는 이후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염려돼 따라 나섰다가 숨진 모자 사연이 공개되며 시민들 또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일보는 26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 생존자 중 한 명인 김 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그는 지난 6일 새벽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차량 이동 방송을 듣고 차를 빼러 갔다가 침수된 주차장에 갇힌 뒤 16시간 만에 구조된 생존자.
김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들이) 휴교라서 더 자도 되는데 쫓아 나왔다. 내가 나자마자 빗물에 미끄러져 넘어지니 아들이 '내가 이래서 엄마를 안 챙길 수 없다'고 부축해줬다"고 설명했는데요.
남편이 지상에서 주차할 곳을 찾는 사이 김 씨와 김 군은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를 통로 입구까지 몰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차 한 대가 지하 방향으로 들어오면서 뒤엉컸고, 그 사이 물이 급격하게 차올랐다고.
김 씨는 "밖에서 지하로 차량이 못 들어가도록 통제했다면 모든 차량이 나왔을 것"이라며 "관리사무소는 왜 방송만 하고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느냐"고 토로했는데요.
차량에서 어렵게 빠져나온 뒤 지하주차장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통로로 이동했으나 모두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주차장 천장에 에어포켓이 생겨 생존할 수 있었다는 추측에 대해선 "천장까지 물이 차서 에어포켓이라 할 만한 공간이 사실상 없었다. 배영 자세로 누워 있었을 뿐"이라면서 "귀와 눈까지 물에 잠겼고 코와 입만 겨우 물 밖에 내놓고 있었다"고 회상했는데요.
무엇보다 그는 통로가 여러 곳이었으나 앞쪽 통로에서만 구조가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김 씨는 "뒤쪽으로 빨리 구조가 이뤄졌다면 다들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철문 바로 옆에 창문도 있었는데 그걸 깨뜨리고 스티로폼이라도 던져줬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그는 현재 공황장애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상태. 매일 김 군의 방에서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울면서 기도하는 게 일과입니다.
김 씨는 이번 참사가 인재에 해당한다는 입장. 그는 "아들과 주민들을 구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 왜 그날 차량 이동 방송만 있고 안내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왜 뒤쪽 통로에선 구조를 시도하지 않고 통제했는지 알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포항시는 태풍 피해 후 3조 3,000억 원을 들여 재난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는데요.
이강덕 포항시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잦아지고 강력해지는 재난에 근본적으로 대비함으로써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