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시위의 중심지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왔지만, 아직 집무실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접수할 창구가 마련되지 않아 시민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10일 서울 용산에 새롭게 문을 연 대통령 집무실에는 아직 시민들의 서한을 접수하는 창구인 민원실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8일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 모임' 회원 조수진 씨는 집무실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집무실에 서한을 전달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집무실 인근을 담당하는 경찰은 조씨에게 "창구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조씨는 "여러 어려움을 딛고 힘들게 목소리를 냈는데, 그걸 듣지 않겠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했던 공공운수노조 역시 준비해온 서한을 전달하지 못했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새 정부가 소통을 강조해 당연히 전달 창구가 있을 줄 알았다"며 "대통령실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전국활동지원사노조의 고미숙 조직국장은 "경찰이 서한 전달 준비가 안 됐다며 국민신문고로 접수하라고 해 들어가 보니 국무총리비서실, 국무조정실 등에만 문서를 전달할 수 있고 대통령에게는 직접 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측으로부터 서한 접수와 관련해 별도의 지침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기존 청와대에는 서한을 접수하는 민원실이 있었는데, (용산 집무실에는) 아직 안 만들어졌다"며 "지침이 명확히 내려온 건 없어 아직 창구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청와대는 '연풍문'이라는 민원실을 통해 서한을 접수했다. 청와대 분수 등에서 집회를 마친 단체가 서한 전달 의사를 밝히면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 정보보안과 직원이 단체 대표를 연풍문으로 안내해 서한 접수를 도왔다.

시민사회와 법조계는 대통령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새 정부 출범 시기가 시민들이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가장 활발히 제기할 수 있는 때이고, 서한은 중요한 소통 수단인데 접수할 수 없는 게 아쉽다"며 "하루빨리 창구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한 접수는 가장 오래된 기본권 중 하나인 청원권의 문제"라며 "모든 국가 기관은 청원을 받고 답변을 할 의무가 있으므로 대통령도 창구를 마련하고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측은 이런 시민사회의 요구를 인지하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 중이라고 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집무실에 민원 접수 센터를 준비 중"이라며 "서한을 포함해 다양한 민원을 접수하고 바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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