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4년 전 폐교했으나 주변 도로는 계속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너무 불편하다는 주민들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50대 A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주차위반 딱지를 전달받았다. 지난달 이어 두달 연속 날아든 주차위반 딱지다.

문제는 일반 도로와 어린이 보호구역의 주차위반 과태료가 각각 4만원과 12만원으로 무려 3배의 차이가 있어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주차위반 단속 카메라

서울시의 폐교한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된 주차위반 감시 카메라. 제보자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22일 "집 옆의 초등학교가 2018년 3월 폐교했는데 4년 넘게 계속 주변 도로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주민들 원성이 높다. 특히 주차위반 과태료가 3배나 비싸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없어졌는데 구청에서는 아까운 혈세를 투입해 주차위반 단속용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갔다"고 말했다.

구청에서는 초등학교가 폐교했지만, 학교 안에 있는 유치원은 폐원하지 않아 규정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치원도 2020년 3월부터 2년 이상 원생을 받지 않고 문을 닫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구청이 현장을 살피지 않는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내 플래카드

서울시의 폐교한 초등학교 주변에 걸린 플래카드. 제보자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우리가 사는 동네는 산밑의 서민 주거지역이고 아이들은 그림자도 찾기 힘들다. 골목도 좁고 주변에 공영주차장도 없는데 한번에 12만원씩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구청도 이런 민원이 계속 접수돼 주민들의 고충을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는 부족해 보였다.

구청은 교통행정과 주차관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며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를 결정하는 서울시와는 적극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관내 경찰에 대안을 달라는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의 민원 내용을 알고 있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이 설정돼 우리는 규정에 따라 단속한다. 주민 불편을 줄이려고 주차단속 유예 시간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의 다른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폐교했지만 유치원이 아직 폐원하지 않아 규정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을 유지하고 있다. 유치원이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는데, 폐원하면 즉시 연락 달라고 요청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입장에서 이해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도로 운영을 탄력적으로 한다거나 특정 시간대 주차를 가능하게 하고 주차단속을 유보하는 등의 방안은 주차관리 부서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 구역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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