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와 이달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등 대형 사고를 잇달아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이 커지면서 이 회사에 대한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달 27일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사고가 발생해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처벌은 피해갈 것으로 보이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안전사고를 내면서 원청사(원도급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부실시공 등 판명되면 최장 1년 영업정지도 가능

15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실 공사 등에 따른 처벌 기준은 국토부의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과 '건설기술진흥법',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크게 3개 법률에 규정돼 있다.

법인에 대한 행정처분은 현행 건산법 처벌 규정에 따라 최장 1년 이내의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1년의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시공을 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기준은 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대부분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다.

또 건산법에서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현장 점검을 통해 드러난 부실 공사에 대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나 안전점검 의무, 품질 검사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 최장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안법 상으로는 중대재해(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해 6개월 이내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만약 이번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5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사고원인 조사에서 '부실공사로 인해 주요 부분에 대한 중대한 손괴가 있었음'이 드러난다면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장 1년까지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는 것이다.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공공사업 수주는 물론 민간 공사의 신규 수주 활동도 전면 금지된다.

건산법에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하여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대해서는 임의적 '등록말소'까지 가능한 규정도 있다.

다만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등록말소 처분까지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법인에 대한 처벌이 약한 대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개인에 대해서는 건산법과 산안법 등에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내릴 수 있다. 처벌의 수위는 기소와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개인에 대한 처벌은 사고 현장을 지휘했던 실질적 책임자로 좁혀 해석해 주로 현장소장이나 하도급 업체 직원 등만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처벌 최대 50%까지 감경…'솜방망이 제재' 지적

이처럼 건산법 등에 부실 공사에 대한 처벌이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제재'에 그친 경우가 많아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 대상이 원청사가 아닌 하도급 업체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지만 영업정지 등 대부분의 처분이 여러 감경 규정에 따라 삭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처분은 행정관청인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내리는데 과징금과 달리 회사 경영에 치명적인 손실을 주기 때문에 감경 조치가 관행화돼 왔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는 2∼3개월의 영업정지만으로도 폐업에 이르고, 1년의 영업정지는 대형 건설사도 손실이 상당해 버티기가 힘든 정도의 중벌"이라며 "이 때문에 최장 1년의 영업정지가 내려진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건설공사 부실시공으로 지금까지 총 227건의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중 과징금 부과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곳도 행정 처분 관청인 지자체가 관련 규정에 따라 감경 조치를 해준 곳이 많고, 영업정지 대상 역시 원도급사 아닌 직접 공사를 시행한 하도급사가 받은 경우가 많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와 관련해서도 17명의 사망 또는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9명의 사고 책임자 중 현대산업개발 직원은 현장소장 1명뿐이고 나머지 8명은 모두 하도급업체 관리자나 재하도급업체 대표 등이었다. 영업정지 등의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광주 학동 참사 때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의 처벌 대상이 이전보다 늘고, 일정 기간의 영업정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청업체 처벌 강화해야" 목소리…건설안전특별법 통과되나

시민단체 등은 이번 기회에 원청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과 제도를 확실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 발생 시점은 11일이어서 일단 이 법에 따른 처벌은 피한 상태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이번 사고가 났다면 정몽규 회장에 대한 처벌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정 회장의 경우 등기 임원이 아니어서 시공이나 안전 보건 조치 등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진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의 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법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이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일어날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와 함께 7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이 법안까지 통과될 경우 건설산업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연이은 건설현장의 대형 사고로 인해 통과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반복되는 대형 사고에 대해 가중 처벌 규정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각각 다른 현장에서 연달아 사고가 발생해도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 누적에 따른 공공공사 참여 제한 등의 불이익만 있을 뿐 법인이나 책임자에 대한 가중 처벌 기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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