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송된 SBS-TV '궁금한 이야기Y'. 여동생 부부와 함께 살게 된 후 의문의 사고를 계속해서 겪고, 급기야 목숨까지 잃은 39세 김진욱(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7년 전 초여름, 진욱 씨는 여동생 가족과 고기를 구워먹다 숯불이 있는 불판 위로 넘어져 눈에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실명 위기였는데요. 얼굴 다른 곳에는 그을리거나 데인 흔적이 전혀 없이, 오직 안구에만 화상을 입은 기묘한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실명될 수 있다는 병원의 만류에도, 여동생 부부는 오빠를 강제로 퇴원시켰습니다. 입원 중 야반도주를 했고, 입원비도 몇백만원이나 내지 않았죠.

남자는 대구와 서울 등 8개의 병원을 오가며 반 년 간 입원과 퇴원만을 반복했습니다. 여동생 부부는 진욱 씨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했습니다. 

결국, 진욱 씨는 이 사고로 39세 나이에 두 눈을 실명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사고로 진욱 씨가 받게 될 보험금은 무려 8억 6천만 원이었고 보험금의 수령자는 여동생 부부였습니다.

보험조사관은 범죄임을 직감했습니다. 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진욱 씨가 1~2달 사이로 4번의 골절과 3번의 화상 사고를 입었던 것. 그 때마다 함께 산다는 여동생 부부가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입원 사고 3개월 전에 보험 수익자가 여동생으로 변경되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수사기관을 섭외하는 과정에 갑자기 이분이 돌아가신 거예요." (보험조사관)

손해사정사 역시 여동생 부부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여동생은 보통의 누이 같지 않았다는데요. 걱정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는 것. 진욱 씨는 잔뜩 주눅이 들어 매제의 눈치만을 봤다고 합니다. 

보험 사기가 의심되어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심지어 진욱 씨의 매제는 보험설계사로 근무했었고 실적상을 받았던 전력이 있는데요. 

그런데,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던 시점 진욱 씨가 돌연 사망해버렸습니다. 게다가 여동생 부부는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죽은 오빠를 사망 다음 날 바로 화장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부검도 하지 못했죠.

여동생 부부가 추가 사망보험금까지 9억 4천 여만원을 수령해야 하는 상황. 진욱 씨 매제는 사망 직후부터 "보험금을 가지급해달라"며 보험사에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이를 거부하자, 부부는 며칠 만에 보험금 수령 포기 각서를 씁니다. 매제가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청구를 포기하면 수사를 의뢰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딜'을 걸죠.

여동생 부부를 수상히 여겨 이들의 보험금 지급내역을 조사한 조사원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모기를 잡다 손목이 부러지고, 신발을 신다가 발가락이 골절되거나 생선을 굽다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는 사고가 이 가족에게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기 힘든 사유로 3년간 여동생 부부가 수령한 보험금은 최소 8천만 원. 심지어는 부부의 아이까지 보험 사기에 이용된 정황이 있었습니다. 한 달이 멀다하고 일가족이 사고를 겪었는데요. 

"사람 몸이 플라스틱도 아닌데 이해가 안 돼요. 사고의 개요가 너무 특이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 그냥 벼락 맞는 확률하고 같을 것 같은데요." (보험조사관)

여동생 부부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 진욱 씨는 여러 건의 보험을 가입합니다. 네 번의 골절과 세 번의 화상, 두 눈 실명 사고를 겪고 끝내 목숨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사건을 접한 베테랑 형사도 치를 떨었습니다. "보험 살인사건으로 수사 진행하려 하다가 일단 시체가 없었다"며 "더 큰 살인 사건을 접했음에도 오 히려 이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범행 수법도 상당히 악랄했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나. 양심이 있는 사람인가 싶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수사기관 및 전문가들은 진욱 씨가 당했다는 사고들을 하나 하나 쫓았습니다. 그 결과, 모든 사고가 고의성이 의심됐습니다.

예를 들면 뜨거운 불판에 넘어졌다는 사고. "각막이 손상됐을 정도라면 얼굴 쪽에 좀더 넓게 (화상이) 분포돼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물리적 외력이 더 강조된 손상이 보인다"며 "현상 상황과 맞지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폭행에 의한 골절, 그리고 불판이 아닌 또 다른 화상흔이라는 것.  

주전자의 물을 엎어 다리에 입은 화상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고 봤습니다. 무슨 이유에선가, 사고가 거듭될 무렵 진욱 씨는 심각한 인지 장애를 겪었고, 여동생 부부가 대신 사고 진술을 했다는데요.

진욱 씨는 해병대를 만기 전역하고, 회사 생활도 무리 없이 하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돌연 사망한 그의 죽음도 의문 투성이입니다. 타살을 의심할 수 있는데도, 시신이 없기에 명백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죠. 때문에 죄명은 살인이 아닌, 유기치사와 보험사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망하기) 3일 전까지 밥도 못 먹고 대소변을 질질 흘리는 상태인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죄명을 유기치사로 바꿨죠." (형사)

여동생 부부는 구속됐고,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지금쯤 그들이 벌을 받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재판은 선고를 바로 앞두고, 몇 년째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여동생 남편이 보석으로 풀려났고, 불구속 재판 중 도피해 수 년째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여동생 역시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죠. 여동생에게 제작진이 오빠의 죽음에 관해 묻자, 그녀는 한껏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복도로 나와서 계단에 주저앉아 버리고, 경찰에 제작진을 신고하겠다며 지구대를 찾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모른다"고 일관합니다. 

아무도 온전했던 진욱 씨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궁금한 이야기Y' 측은 "죽음 뒤에야 겨우 알게 된 그의 기구한 운명에,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동생의 남편 이 씨(1979년생)는 2013년부터 약 2년 간 대구에 거주하며 보험, 자동차 대출 담보업 등에 종사했습니다. 이 씨의 행적을 아시는 분은 '궁금한이야기Y'로 제보 바랍니다.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