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심혈관 질환으로 2개월에 한 번씩 대전의 한 종합병원을 방문하고 있는 A씨(73·여)는 병원 입구에서부터 진료를 받고 나오는 순간까지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바짝 긴장한다. 병원 입구 출입자 인증·발열체크→심장내과 도착 인증→수납·처방전 발행 등이 모두 전자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직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주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이같은 디지털 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속상하고 서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스마트폰 그거? 어려워서 못써.”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B씨(75)는 코로나19 이후 관공서, 마트, 음식점 등 가는 곳마다 바보가 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QR코드 등 출입자 인증 없이는 단 한 곳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080 안심콜’을 운영하는 곳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B씨는 11월부터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전자백신접종 증명서’에 과연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오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시행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노년층들이 급속히 보편화된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접종자 중심의 방역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백신 패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감’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3일 대전시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145만 4011명) 대비 1차 76.9%(111만 8909명), 2차 65.8%(95만 7450명)로 집계됐다.

특히, 일일 신규 확진자가 한자리수로 떨어지면서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중인 가운데 Δ사적모임 제한인원 접종 완료자 6명 포함 최대 10명까지 허용 Δ종교시설 접종 완료자로만 구성시 총 좌석수의 30%까지 허용 등 위드코로나 전환에 대비한 방역수칙을 적용하고 있다.

시는 또 정부지침에 따라 예방접종 완료자들이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활용할 수 있는 예방접종증명서 발급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Δ종이증명서 Δ전자증명서 Δ예방접종 스티커 등 3가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의 경우 종이증명서나 예방접종 스티커를 활용해도 되지만, 이 역시 접종 의료기관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전자증명서는 스마트폰에서 쿠브(COOV)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본인인증을 거치면 바로 발급 받고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만 노인들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한 일’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 중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64.3%)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7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38.3%임에도 불구하고 활용 수준은 26.0%에 그쳤는데, 이는 노인들에게 스마트폰은 ‘전화와 문자 주고받기’만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방증해 주고 있다.

이같은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해소를 위해 대전 유성구는 지난 8월부터 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단 ‘어르신 (디지털 유성인) 가이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디지털 봉사단은 은행·식당·관공서 등 다중이용시설 디지털 기기 이용방법 등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친근한 설명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다른 자치구 및 사회복지관 등에서도 이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하고 있지만 Δ감염 확산 우려에 따른 현장교육 인원 제한 Δ집합식 교육에 대한 노인들의 참여 저조 등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노인들 스스로가 사용법을 묻고 배우는 것을 창피하다고 느끼는 것이 더욱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실제, 대전지역 각 구청 출입구엔 QR코드 이용방법 등이 그려진 입간판이 놓여 있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열 명에 아홉 명꼴로 QR코드보단 수기 작성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 등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조금 힘들더라도 배워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Δ겁내지 말고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아라 Δ창피해하지 말고 자녀 및 지인들에게 모르는 건 계속 물어봐라 등 적극적인 실천법을 제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반복해서 익히게 되면 용기가 생기고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 이성환 이사장은 “코로나19 재난이 닥치기 전 노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올릴 수 있는 교육과 노력이 이뤄져야 했지만 부족했다”라며 “디지털 문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년층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정부도 ‘디지털 포용’ 사회로 가기 위한 효율적 교육방안 마련 등 제도적 뒷받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m50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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